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번 지진으로 10개주에 걸쳐 최소 1만713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적어도 7만347명이 부상 당했으며, 건물 6444채가 무너져내렸다.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 이후 지진 발생 나흘때인 이날까지 1117건의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진 여파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정부 당국과 반군 측 ‘하얀 헬멧’의 수치를 더한 사망자는 3317명이다. 시리아 정부 통제 지역에서 1347명, 반군 장악 지역에서 1970명 각각 목숨을 잃었다. 두 나라를 더하면 지금까지 무려 2만451명이 사망자로 공식 집계된 것이다. 이 정도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넘어선 규모다.
|
문제는 인명 구조 ‘골드타임’을 지나면서 숨진 이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지진 피해에 따른 골든타임은 72시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피해 지역은 눈과 비를 동반한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03년 이란 대지진(사망자 2만6796명), 2004년 스리랑카 대지진(사망자 3만5399명) 당시보다 피해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더 나아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을 가능성이 14%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튀르키예의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21세기 들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2020년 아이티 대지진보다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공포마저 작지 않다. 아흐메트는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한 이들 역시 극한의 상황에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임시 거처에 머무는 이재민만 75만명을 넘는다. 강추위 속에서 임시 텐트에서 지내다 보니 이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많은 생존자들이 끔찍한 여건에서 야외에 머물고 있다”며 “2차 재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자 세계 각국인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유엔은 피해 지역에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을 파견하기로 했다. 유엔은 지진 대응을 위해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에서 2만5000달러를 제공했고, 다음주 초까지 ‘유엔 긴급지원 요청’ 후원을 출범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 등을 위한 유엔 구호품을 실은 6대의 트럭이 시리아 북서부 반군 장악 지역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번 강진 이후 유엔의 첫 구호 물자가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