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이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투자를 늘려 고용과 소비를 촉진하는 ‘경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법인세 감세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정책포럼)를 근거로 “법인세 평균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시,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한다” 는 구체적 수치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보고서에서 소개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확대 효과는 기업 경영진의 사익추구를 방지했다면 더 확대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경영진은 미국에 비해 사익추구가 9배나 높아 법인세율 인하 효과를 단기적으로 28%나 감소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져 사익추구가 줄어야 법인세 인하가 제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보고서가 발표된지 수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은 숙제다. 지난해 발표한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보고서 ‘CG Watch 2020’에 따르면 최근 2년 한국의 종합 점수는 52.9점으로 아시아 12개국(호주 포함) 중 인도와 태국에도 뒤진 9위에 불과했다. 지배구조제도 순위는 더 낮은 10위다.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내년 법인세가 1%포인트 낮아져도 해외 선진국만큼의 투자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법인세 문제는 표면적으론 정치적 다툼으로 보이지만, 그 속은 한국 기업이 얼마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지와 연결돼 있다. 기업에 법인세를 인하해주면 오롯이 투자·고용으로 이어져 지배주주 등 일부의 이익이 아닌, 모든 주주의 이익, 나아가 국익이 확대될 것이라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총선을 앞둔 거대 야당이 반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해 9월 한 유튜브방송에 나와 “막상 사람들의 인식을 조사해보면 기업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썩 좋다고 말하기 어렵고 학점으로 보면 C학점 정도 인식된다”며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업 스스로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실제 달라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들 ESG 경영을 말하며 환경(Environment)에만 관심을 쏟을 뿐 지배구조(Governance) 개혁을 힘을 쏟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를 차기인 22대 국회에서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추 부총리의 말을 해석해보면 결국 다음 총선 때는 기업의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믿는 국회의원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2대 국회에서는 기업을 신뢰하는 많은 국민이 무서워 국회의원들이 감히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지 못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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