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의 복합경제위기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 안정’에서 ‘경기 침체 방어’로 점차 옮겨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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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세계 경제, 퍼펙트 스톰 오는가? 글로벌 5대 리스크 요인의 향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유로존 등 선진국 경기는 이미 경기 하강 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평균 추세를 하회하는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원은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스톰(STORM·폭풍)’을 제시했다. STORM은 5대 리스크 요인인 △세계 경제의 침체(Stagnation) 가능성 증대 △미·중 교역 전쟁(Trade war) 심화 △오일쇼크(Oil shock) 완화 기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Russia) 교착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의 알파벳 첫글자를 딴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부터 본격화한 미·중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교역 전쟁이 심화하고 외교·군사적 이슈를 포함한 전방위적 패권 경쟁으로 확전 양상이다. 미국은 중국과 갈등에 대응해 동맹국과 연대를 강조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는 공급망·시장·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기차의 미국 내 생산 배터리 사용 강제나 고(高)기술 칩의 중국 수출 금지 등 직접 규제에도 나서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90달러 안팎으로 비교적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겨울부터는 다시 급등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겨울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러시아는 유조선을 통한 원유 운송 서비스 제공을 금지할 것”이라며 원유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은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면서 세계 경제 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 연구원은 최근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시장 전망을 종합했을 때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 중 정책금리가 4.00% 이상까지 추가 인상되고, 이후에도 상당 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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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불안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직간접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로 인한 어려운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7%로 소폭 낮아졌지만, 추석 명절과 연휴 등이 몰린 9월부터는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는 떨어졌지만, 농산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태풍 등 기상 재해와 작황 부진으로 인한 추가 상승 여부가 관건이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후 농작물 피해는 1만5602ha(1ha=1만㎡, 8일 기준)로 집계됐다. 게다가 다음달에는 개천절(3일)과 한글날 대체휴일(10일)이 모두 연휴여서 외식 등 서비스 물가 지수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와 미국 금리 인상에 대응한 고금리 국면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뒤로 시장금리는 계속 오름세다.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에 따른 일명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율은 1380원을 돌파해 13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1400원도 넘보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수출입 시장에서 수지 악화를 초래한다. 연구원은 “킹달러 현상이 신흥국의 글로벌 자본 이탈 동기를 자극해 실물 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오버킬(Overkill)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합 경제위기에 따른 국내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선 선제적인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경착륙 방어를 위해 정부의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 안정’에서 ‘경기 침체 방어’로 점차 이동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별·업종별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수출 대응 전략과 공급망 안정 노력도 절실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