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에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해보다 출자규모를 줄인 기관투자가들이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탓에 그동안 우수한 성과를 낸 운용사들에만 베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 소수의 연기금과 공제회만이 콘테스트를 예고한 가운데 투자에 목 마른 루키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대형 하우스와 중·소형 운용사 간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면서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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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풍부한 유동성 시대가 끝난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이미 과거에 투자했던 경험이 있는 대형 운용사들에 추가로 자금을 맡기는 ‘리업(Re-Up)’ 형태의 투자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가뜩이나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꼽는 기관투자가들인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9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려 전 세계 2위 연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은 최근 사모대체 위탁운용사로 IMM인베스트먼트·SG 프라이빗에쿼티·스톤브릿지벤처스 등 3곳을 최종 선정했다. 국민연금은 이들 운용사에 지난해 출자금액(6000억원)보다 약 1000억원 감소한 50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올해 정시출자 규모를 줄이는 대신 트랙 레코드를 잘 쌓아놓은 우수 운용사들을 위주로 출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높은 수익률로 좋은 성과를 냈던 대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수시출자는 비단 국민연금에만 적용되는 일은 아니다. 교직원공제회도 최근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에 IMM프라이빗에쿼티·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곳에 총 7000억원 규모의 수시출자를 결정했다.
다만 매년 정기출자와 수시출자를 번갈아 하는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5월 국내 벤처캐피털(VC) 블라인드 펀드 위탁운용사 공고를 내고 다음 주 최종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운용규모와 업력에 따라 △대형 3개사 △중형 5개사 △소형 3개사 △루키 3개사 내외 등 리그를 나눠 총 14개사 이내의 위탁운용사를 뽑아 총 2650억원을 출자할 방침이다.
콘테스트 경쟁 치열…시장 양극화 우려도
다양한 운용사에 기회를 제공하는 콘테스트 수가 줄고 이미 검증된 대형 하우스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업과 수시출자가 확산하면서 시장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투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이 풍부하던 때 우후죽순 생겨나던 VC들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돌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기관투자가들 입장에선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콘테스트를 개최하기보다 이미 수차례 우수한 성적을 낸 운용사에 투자하는 게 부담이 적다. 하지만 그만큼 우선순위에서 밀린 신생 혹은 중소형 운용사들은 자연스레 투자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 소수의 기관투자가가 진행하는 콘테스트에는 루키들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노란우산공제는 지난 6일 일반리그 5곳과 루키리크 2곳을 뽑는 VC 블라인드 펀드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유동성이 메마른 시장에서 비교적 투자금이 넉넉한 곳으로 평가받는 노란우산공제의 올해 VC 출자 규모도 지난해의 3분의 2 수준인 800억원 정도다.
공제회 관계자는 “올해 기관투자가들이 출자사업을 대폭 줄이고 소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면서 예년보다 콘테스트 경쟁률이 높아졌다”며 “대형 하우스에 투자가 쏠리는 분위기라 루키들이 살아남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운용자산(AUM) 규모가 작거나 이제 막 트랙 레코드를 쌓기 시작한 중소형 운용사들의 우려도 이만저만 아니다. VC업계 관계자는 “출자 공고가 나올 때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금모집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시장의 선순환과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기관투자가들이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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