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등촌동 태경그룹 본사에서 만난 김해련 회장은 “LG화학과 최근 블루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순도 이산화탄소(CO2)를 도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열사인 태경케미컬이 이를 활용해 액화탄산, 드라이아이스 등을 만들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와도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생석회와 합성해 탄산칼슘 등을 만들기로 하는 등 친환경 기초소재 제품군 확대를 위한 다양한 협력을 이어간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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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김영환 태경그룹(옛 송원그룹) 선대회장 외동딸이다. 오너 2세로서 순탄한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태경그룹에 합류하기 전 20년 동안 전혀 다른 분야에서 창업 활동을 했다. 그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 페이스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뉴욕주립대 산하 패션스쿨(FIT)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며 “당시 만해도 한국은 패션에 있어 변방이었다. 한국에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1989년 패션회사 아드리안느를 창업했다. 아드리안느 브랜드는 설립한 지 불과 1년 만에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했다. 이어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을 잇달아 공략하며 국내 3대 백화점에 모두 진입할 수 있었다. 아드리안느 브랜드 매장은 백화점을 비롯해 전국 20여개로 늘어났다.
그러던 김 회장은 외환위기(IMF)로 아드리안느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온라인 판매로 눈을 돌렸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홈쇼핑 방송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시간 만에 무려 1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 운영만 생각했는데, 직접 팔지 않아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때마침 인터넷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을 타고 1999년 온라인 패션 쇼핑몰 패션플러스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국내 첫 온라인 패션 쇼핑몰로 기록된 패션플러스는 이후 연간 거래액 8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렇게 20년 동안 패션 분야에 몸담아온 김 회장은 2009년 김영환 선대회장 부름을 받고 태경그룹에 부회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2014년 김 선대회장 타계로 회장직에 올랐다. 패션업체를 창업한 뒤 20년 동안 성장시킨 노하우는 태경그룹에서도 통했다. 김 회장은 ‘선택과 집중’에 나서 태경그룹을 기초소재 전문 중견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태경그룹은 과거 휴게소 등 기초소재 외에 다양한 사업을 운영했다. 이 중 액화탄산, 탄산칼슘 등 기초소재에 주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초소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전략도 구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태경그룹은 2015년 산화아연 등을 생산하던 에스비씨(현 태경에스비씨)를 인수했다. 에스비씨는 이후 무기계 자외선 차단제 원료 ‘텔리카’를 출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갔다. 이어 2020년에는 파라벤류 방부제를 대체하는 원료 ‘헥산디올’을 만드는 코엠(현 태경코엠)을 인수하며 신수종인 화장품 기초소재 사업을 한층 강화했다.
현재 태경산업과 태경케미컬, 태경비케이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태경그룹은 드라이아이스와 액체탄산가스, 생석회 등 13개 부문에서 국내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이 중 고순도 수산화칼슘과 친환경 석회질 비료, 나노 이산화티타늄 등 5개 제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특히 ‘아스트라’(제지 충진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기술이다.
김 회장은 “자체적인 연구·개발(R&D)과 함께 인수·합병, 전략적 협력 등을 구사하며 다양한 기초소재 제품군 라인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그룹 매출액은 전년 5168억원보다 40%가량 늘어난 75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김 회장은 현재 전 세계 37개국 2090개사에 수출하는 제품과 관련, 50주년이 되는 오는 2025년까지 50개국 2500개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해외 시장 확대와 함께 친환경 기초소재 제품군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 기초소재 제품군은 2025년까지 33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탄소중립 시대를 이끄는 글로벌 친환경 기초소재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