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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누구나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같다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어느 한 분야에 꿈을 갖고 도전하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라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배드보스(본명 조재윤·43)는 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했다. 미술이다.
배드보스는 팝아티스트다. ‘잘 나가는 신인작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자신의 미술품을 신인 작가로서는 고가에 연이어 판매하는가 하면 미술품과 컬래버레이션으로 각종 브랜드, 상품 등도 론칭했다. 앤디 워홀이 1962년 그린 ‘32개의 캠벨 스프’를 오마주한 ‘30개의 리챔’이라는 작품을 동원그룹이 2000만원에 구매했고 고흐, 고갱을 그린 그림은 개인 고객이 1500만원에 사가기도 했다. 그가 그린 달마 그림은 조계사와 봉은사, 통도사에서 각각 소장하고 있다. 동원 리챔의 배드보스 에디션을 론칭하는가 하면 더치커피 브랜드, 카페 마레와 협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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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갑자기 무슨 일이 터지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다 회사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뒤 폐자재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그 중 목재 위에 꽃을 그린 게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회사 1층에 엔틱숍(골동품 매장)을 운영했는데 거기에 목재에 그린 꽃 그림을 진열했더니 사람들이 사가기 시작한 것이다.
팝아티스트로 유명한 낸시랭이 친구인데 배드보스의 그림을 보고는 “소질이 있다.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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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마이클 잭슨과 서태지에 빠져 미술에서 손을 떼고 음악을 목표로 삼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회사 운영이 힘들어지고 자신이 해외에 있을 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면서 우울증이 생겼다. 배드보스는 “그때 주위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운동을 해보라는 권유가 많았고 그림을 그리게 됐다”며 “하루 7~8시간씩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작품에 명품을 오려 붙이는 게 배드보스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달마대사 그림의 법복에도 명품 원단을 붙였다. 배드보스는 “전설에서 달마는 애초 깔끔한 의복을 입었고 외모도 잘생긴 것으로 묘사되는데 거지와 몸이 바뀌면서 지금 알려진 외모와 의상으로 바뀐다”며 “당시 전업작가를 생각하지 않았을 때인데 달마의 누리끼리한 의상이 명품 원단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런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안쓰는 명품을 뜯어서 작품에 사용했는데 이후 폐기 직전 명품들을 시장에서 싸게 매입해 작업을 한다.
음악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미술로 좋은 반응을 얻는 게 기쁘지만 기존 일에도 애착이 여전해 양쪽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제 활동 영역을 미술로 한정지을 게 아니라 미술이든 음악이든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대중에게 많은 행복과 기쁨을 주는 대중예술가가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