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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3월 펜딩(pending) 주택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1.2% 하락한 103.7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2% 떨어졌다. 이 지수는 이미 매매 계약에 돌입한 주택 판매를 지수화한 것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다. 최근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8% 하락)보다는 양호했지만, 둔화 국면에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다. 그나마 미국 북동부 지역의 경우 전월보다 4.0% 상승했지만, 중서부(6.1% 하락)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팬데믹 이후 ‘역대급’ 초호황을 보인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들어선 것이다.
이는 최근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집계한 지난주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8.3%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정도로 감소한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5.20%에서 5.37%로 한주 만에 다시 오르면서, 대출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확 줄어든 것이다. 현재 모기지 금리는 2009년 5월 말 이후 거의 13년 만에 가장 높은 레벨이다.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1월 초에는 2.6%대였을 정도 낮았다.
모기지 금리가 갑자기 오르고 있는 건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어서다. 연준이 가파른 긴축을 예고하자,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로렌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갑작스러운 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주택을 살 만한 사람들이 줄었다”며 “이는 주택 매수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체결이 감소하는 건 시장 상황이 (초호황 국면에서 벗어나) 훨씬 조용해질 것임을 뜻한다”고 전했다. 조엘 칸 MBA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잠재적으로 주택 판매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부동산업계는 모기지 금리가 5%대에서 차츰 안정화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5%대 정도면 주택 수요 역시 급격하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7% 이상 재차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뉴욕시에서 활동하는 한 부동산 중개인은 “소수이기는 하지만 올해 여름께 7% 이상 모기지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이럴 경우 주택 가격이 갑자기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미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에 하나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쫓겨 예상보다 가파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국채금리가 또 레벨을 높일 경우 모기지 금리는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