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들이 최근 들어 종종 하는 말이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추가 조성하기로 했지만 IB 업계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다. 그간 정부 지원금으로 간신히 버텨온 부실기업들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대거 회생절차에 나서며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PEF들이 정상화가 어려운 좀비 기업을 마주하는 환경이 조성되자 일각에선 “점점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즉 투자 유인이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속속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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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기존 채권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모펀드 등 민간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했다. 은행권이 전체 펀드 기금의 50%를 내고 나머지는 민간 수탁운용사가 출자하는 방식이다. 펀드 규모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1조원을 추가 조성하며 “역량 있는 신생 및 소형 운용사의 참여를 유도하며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투자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IB 업계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을 민간에서 소화하게 한 정부 방침에는 동의하는 한편 우려 섞인 목소리를 함께 낸다. 본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정부 지원금으로 간신히 버텨온 가운데 금리 인상 이슈 등으로 이르면 하반기 대거 회생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알짜 기업을 솎아내는 것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좀비 기업마저 마주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 딜을 검토해온 IB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기업의 구조조정 딜만 해도 재무 및 사업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며 “모험 투자라는 인식이 강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기업에 투자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업황이나 기술력, 사업모델 등에 가능성이 있으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서는 성장동력이나 핵심 경쟁력이 없는 ‘껍데기 딜’이 종종 포착된다.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PEF가 진입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고수익 창출은 뒷전으로 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투자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정책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한해 자금을 지원하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부실기업들이 퇴출되지 못하면서 구조조정 딜에 대한 피로도가 올라갔다”며 “최소한 투자 판단이 가능하고,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기업을 솎아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의 실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도 우선시돼야 하며, 사모펀드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IB 업계에서는 당분간 볼트온이 가능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소규모 투자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구조혁신펀드의 경우 투자 대상 기업이 주로 철강·조선 등 제조업 분야였다”며 “당장 지원하지 않으면 실업증가와 밸류체인 훼손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경우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향후 경기가 좋아지면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딜이 종종 있어 중소형 PEF들도 투자해왔지만, 현 상황에서 볼 때 이제는 최소한의 체력이 남아 있어 볼트온이 가능한 딜에 대한 투자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