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51) 중앙경찰학교 무도교관(경감)은 중앙경찰학교 무도학과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2011년부터 7년여간 신임경찰관을 가르쳐온 그는 합기도와 종합격투기 각 7단, 도합 14단의 ‘호랑이’ 같은 사범이자, 경찰호신기술 고숙련 전문가다. 경찰 호신체포술을 비롯해 삼단봉·수갑 체포술, 주취자 대응술 등 현장 활용도가 높은 각종 현장대처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올해 2월 무도교관으로 복귀한 김 교관은 “최근 경찰의 현장대응에 있어 국민적 질타를 잘 알고 있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현장에 꼭 필요한 체포술을 새로 만들어 현장을 지배할 수 있는 경찰을 양성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김태영 교관은 이달 10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현장대응력이 우선시되면서 양성기관부터 앞장서자는 분위기”라면서 “현장대응을 담당하는 체포술팀에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장대응학과 훈련만 140시간 이상 편성하는 등 예년보다 2배 정도 수업량을 늘렸다”면서 “올해 들어온 310기가 극한의 훈련에 힘들어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앙경찰학교는 올해부터 신임경찰관 교육을 실습 위주 과정으로 전면 개편했다. 지난해 말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과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사건’ 등에서 불거진 부실 대응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경찰이 현장대응력 강화를 위해 내놓은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체포술을 중심으로 한 현장대응훈련은 기존 312시간에서 572시간으로 늘어났다.
체포술 교육은 사례 중심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2인 이상이 함께하는 팀 전술 위주로 종합시뮬레이션 실습이 이뤄진다. 김 교관은 “다양한 긴급상황에 대비해 출동부터 책임구역 지정 및 상황조치, 장구사용, 범인제압, 송치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현장에 맞춰 시뮬레이션 실습을 하고 있다”면서 “상황극 형태로 건물 내 피습, 흉기난동, 감금현장 등 각종 상황에 대비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관은 신임경찰관을 위한 현장대응형 ‘실전체포술’ 매뉴얼도 새로 개발 중이다.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범인 검거능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인권 보호도 놓치지 않는 전술 매뉴얼이다. 범인 검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순응협조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세분화된 상황에 맞춰 단계별 검거전술을 망라한다.
김 교관은 “기존에 만들었던 5개의 체포술 매뉴얼에서 좀 더 발전시켜 시민인권 보호와 경찰관의 현장 지배력 강화를 충족시키는 실전체포술을 다듬고 있다”면서 “현장대응의 최신 추세를 감안해 감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
김 교관은 “경찰로서의 사명감에도, 검거체포술 등 훈련에도 남녀 구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이후 불거진 ‘여경 무용론’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교관은 “주취 난동자를 제압한 여경 등 일선에서 정말 강하게, 최선을 다하는 여경들이 많다”며 “경찰을 편견 없이 볼 수 있게 조력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을 ‘오소리’에 빗대기도 했다. 김 교관은 “오소리 크기는 너구리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사자 같은 큰 짐승이 다가와도 피하지 않는 생존 리더십이 강한 동물”이라면서 “상대에 맞서 죽을지언정 물러나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경찰도 강인한 사명감과 체력, 현장대처기술만 있으면 그 어떤 현장도 대응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오소리보다 더 강하게 현장을 지배할 수 있는 경찰을 만드는 게 저희들의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