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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금융 제재로는 부족…에너지 수출 제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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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2.03.02 04:00:1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②
마이클 오핸런 美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러, 우크라에 꼭두각시 정권 세우려 할 것"
"전쟁보다 오히려 신냉전 바라야 하는 상황"
"서방, 러 에너지 제재하고 러 의존도 줄여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국제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공포에 떨고 있다. 러시아가 핵 전쟁 가능성까지 입에 올리며 세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중국은 러시아에 동조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불안한 세계가 주목하는 몇 가지 물음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욕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에 따라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간 체제 경쟁은 고착화할 것인가. 더 나아가 지정학적으로 우크라이나만큼 취약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化)를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 같은 꼭두각시를 어떻게든 세우려 할 겁니다. 군사전쟁(hot war)이 아니라 신냉전(cold war·무기를 쓰지 않는 패권 경쟁)을 차라리 바라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외교 석학인 마이클 오핸런(60)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지난달 25일 오후(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9년 이후 의회예산처(CBO),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컬럼비아대, 브루킹스연구소 등 학계와 관계에서 군사·외교·안보 분야를 다뤄온 전문가다.

외교 석학인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왼쪽)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데일리 김정남 뉴욕특파원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러, 꼭두각시 정권 세우려 할 것”

-우크라이나 중립국화가 주요 의제다.

△중립국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푸틴 대통령은 더 많은 걸 원하고 있다. 그의 당면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그 이상으로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가까워지는 걸 막으려 할 것이다.

-이번 침공의 양상은 어떻게 점치나.

△크게 두 가지다.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헌법을 개정해 나토 가입 가능성을 막을 것이다. 하나 덧붙이면 돈바스 같은 독립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러시아는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가 이 정도로 만족할까.

△문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병합해 스스로 운영하거나 루카셴코 대통령 같은 꼭두각시를 내세울 수 있다. 미래에 (친서방 성향이 강한) 젤렌스키 대통령 같은 사람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직접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통제하려 할 것으로 본다. 서방 진영은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

-발트 3국까지 넘본다는 주장이 있다.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발트 3국은 나토 회원국이어서) 그러면 곧바로 제3차 세계대전이다. 푸틴 대통령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것에 대비해 발트 3국 병력은 늘려야 한다. 현재 나토군은 발트 3국에 5000여명의 병력을 두고 있는데, 충분하지 않다. 또 미국은 전투여단(combat brigade)을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 추가 배치해야 한다.

-신냉전 시대는 불가피한가.

△그렇다. 푸틴 대통령이 저지른 침공 탓에 TV로 사람들이 죽는 걸 보고 있다. 매우 불행한 일이다. 세계는 어쩌면 신냉전을 더 바라야 할 수 있다. 세계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지금 같은 실제 무력전쟁이기 때문이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대립이 명확해지는 만큼) 세계는 이제 신냉전 시대에 대해 본격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방, 러 에너지 직접 제재 나서야”

-서방의 제재가 약하다고 한다.

△경제·금융 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한다고 해도,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제한적인 대책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의 수출을 직접 봉쇄하는 제재를 해야 한다. (원자재 수출은 러시아 국내총생산의 20% 이상 비중이다. 가즈프롬, 로스네프트 같은 국영 에너지회사는 자원 무기화의 첨병이라는 비판까지 있다.) 그래야 러시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서방 진영의 에너지 공급 대란 타격은 크겠지만)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려 하지 않는 이상 서방 진영은 어떻게든 러시아산 에너지에 덜 의존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대러 에너지 제재를 미래를 위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이 더 많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건설할 수 있도록 나토 인프라 기금을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서서히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 침공 이후 LNG 터미널 신설 계획을 최근 밝히면서, 이를 미래 수소에너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냉전에는 중국 변수가 있다.

△그렇다.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의 제재에 반대한다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서방 진영이 두 나라를 모두 제재한다는 건 러시아와 중국이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함을 뜻한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안보 질서를 바꾸는데 더 열중하고 있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세계 경제 체제를 주도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 지향점은 약간 다르다. 그래도 두 나라의 협력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지정학적으로 취약하다.

△한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이 (미국의 외교 기조와는) 약간 다른 방침을 세우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 국면서 외교 조언을 한다면.

△한국이 가진 중국 문제의 특수성을 이해한다. 그러나 (세계 질서의 판을 흔드는) 러시아의 침공을 거치면서 한국은 미국, 나토와 협력해야 하는 민주 국가로서 분명한 의무가 있다고 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침공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해야 한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모호함이 없어야 한다.

오핸런 선임연구위원은…

△1961년생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프린스턴대 국제관계학 석·박사 △의회예산처(CBO) 국가안보담당 분석가 △국무부 산하 국제안보자문위원회(ISAB) 위원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 △컬럼비아대 외래교수 △조지타운대 외래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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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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