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서학개미들이 역대급으로 불어난 한해였다. 내년에도 위드 코로나 속 소비·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해외 증시 전망이 밝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덜 오른 신흥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질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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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증권 보관금액 상위 종목엔 모두 미국 기술주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달 8일 기준으로 테슬라 145억달러, 애플 46억달러, 엔비디아 31억달러, 알파벳 23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 21억달러 등을 기록했다.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상장지수펀드(ETF)도 보관금액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미 증시는 경기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를 꺾고 신고가 랠리를 펼쳤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올 연초 대비(12월8일 기준) 27.0%, 나스닥지수는 24.3%, 다우존스지수는 18.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 코스닥이 2.9% 상승한 것과는 대조된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8% 올랐고, 정부 규제 여파에 홍콩 항셍지수는 12.7% 하락했다.
기업 이익 방향성과 통화량 공급 강도 등 요인이 증시 차별화로 이어졌단 분석이 나온다. 서비스 중심의 미국은 지난 3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갔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은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 불거진 가운데 수출 모멘텀 둔화와 긴축 통화정책이 부진으로 이어졌단 평가다.
여기에 ‘공동부유’ 기조 아래 중국의 빅테크 규제와 관련주 급락, 위드 코로나에 따른 선진국과 신흥국의 차별화, 달러 강세도 신흥국 증시 부진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대규모 부양책 이후 지난 11월에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공식화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한국과 신흥국가들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선진국 증시의 수익률 측면에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 증시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성장주 밸류에이션 논쟁이 심화될 수 있지만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IT,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 비중이 높아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아울러 올해 덜 오른 신흥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 이후 경기와 기업 이익 둔화 우려 등 악재가 이미 선반영됐다는 평가다. 공급망 병목현상 완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께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에 소비,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해외 증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면서 “하반기 공급망 병목현상 완화가 가시화되면서 제조업 비중이 높고 교역에 민감한 신흥 아시아 국가, 그중에서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증권은 △노출된 리스크가 반영된 중국(홍콩) △개혁은 후퇴했지만 이익 성장이 견고하고 중국 노출도가 낮은 인디아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가 예상되는 인도네시아 △대내외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밸류가 상승한 브라질과 러시아에 대해 단기(3개월)와 장기(12개월)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