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수입은 적지만"...N잡으로 배달알바 나선 2030

권보경 기자I 2021.03.01 00:10:19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만...꾸준히 요령 터득해야
기상 악천후시 고수익...배달 알바 “위험 감수한다”
배달 알바 시장 점점 레드오션...수익 점점 줄어
전문가 "플랫폼 노동 계속 증가할 것...고용안전망 필요해"

“생활비에 보태려고 배달 아르바이트(알바)를 시작했어요. 퇴근 후 매일 3~4시간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임모(23·남)씨는 지난 1월 말부터 자전거로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 오후 7시쯤 직장에서 퇴근한 뒤 부지런히 저녁을 챙겨먹고 오후 8시에 다시 ‘출근’한다.

그는 ‘배민커넥트’, ‘쿠팡이츠’를 활용해 배달파트너로 일한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콜(배달의뢰)’을 받아 수행하면 배달 수수료(배달 1건당 얻는 수입)를 받는다. 수수료는 배달 주문이 많은 점심, 저녁 ‘피크시간대’에 높고, 비나 눈이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거나 한파 때 할증이 붙어 높아진다.

임씨는 “적당한 수익을 내려면 최저시급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일하는 요령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임씨처럼 N잡으로 배달알바에 뛰어드는 2030이 늘고 있다.

추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일을 하고 있지만 일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은 사람들(시간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은 지난해 65만명에서 올해 107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2030세대는 30만6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배민커넥트에 등록된 인원은 작년 12월 기준 5만명을 돌파했으며 이 중 1만명 정도가 실제로 배달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이 중 2030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사진=이데일리)




"원할 때 일할 수 있어 좋아"...고객 스트레스 적은 것도 장점

작년부터 배달 알바를 해온 ‘배달 알바 고수’들은 배달 알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30대 직장인 최 모씨는 작년 9월부터 배달알바를 시작했다. 최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만 있으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며 "원하는 시간에 동네 한 바퀴 돈다는 느낌으로 배달알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매일 출근할 필요 없이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만큼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유모씨도 작년 1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일을 쉬게 되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 유씨는 “단기 알바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작하게 됐다”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했다.

작년 8월부터 용돈벌이를 하려 배달알바를 시작했다는 대학생 김태훈(25·남)씨도 “일 자체가 어렵지 않을뿐만 아니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게 장점"이라며 "다른 알바는 손님, 동료들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지만 배달알바는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적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이상 벌기도 어려워"... 근무지역·시간대 등 요령 필요

배달알바의 경우 투자 시간에 비해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지는 못한다. 많이 벌려면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

배달 1건을 수행했을 때 받는 알바생들이 가져가는 최저 수익은 배민커넥트는 2900원, 쿠팡이츠는 3100원이다. 여기에 비나 눈이 올 때 진행되는 프로모션 등으로 추가 금액이 붙는다. 또 다른 사람들이 수락하지 않는 배달 의뢰를 계속 두다보면 단가가 올라가 '복주머니'로 불린다.

각종 프로모션과 복주머니 등 특수한 경우를 고려했을 때도 배달 1건당 받는 금액은 평균 3500원 수준이다. 최저시급(시간당 8720원) 이상을 벌려면 1시간에 최소 3건은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세금, 산재보험료, 운송수단별(킥보드, 자전거 등)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 가져가는 배달수수료는 건당 약 3200원에 불과하다.

쿠팡이츠는 산재보험을 들지 않고 수익의 3.7%만 제한다. 또 지난 달 25일 오는 3월부터 최저 수익을 2500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3월부터는 손에 쥐는 돈이 더 적어지는 것.

김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최저시급도 벌기 어려웠다"며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시간대와 아파트 층수 및 지름길 등 지역 특성을 꼼꼼히 챙기면서 수입이 늘었는데 이를 터득하기 까지 3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건이 좋을 때 한 시간에 2만3000원까지 벌어봤지만 옛날 얘기”라며 “예전엔 5건의 콜을 수행하면 600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이벤트도 있었지만 사라졌고 최근엔 한 시간에 1~2건 정도 수행하면서 최저임금 이하로 벌 때가 대다수"라고 토로했다.

배달 알바 3개월 차 박세효(32·남)씨는 "지역별 편차가 굉장히 크다"며 "배달 주문이 활발한 서울 도심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씨는 평일과 주말 저녁 등 소위 ‘피크시간대’에 주로 서울 용산과 강남에서 일한다. 그는 “시간당 1만3000~1만4000원까지 벌어봤다”고 했다.

임 씨도 “1년 전 처음 자전거로 배달 알바를 시작할 땐 너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적당한 배달의뢰를 고르는 요령이 생겨 1시간에 1만7000원까지 벌어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단가가 높은 저녁 ‘피크시간대’에만 가능했고 미친 듯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시간 당 3-4건 정도 배달의뢰를 수행한다. 빠른 시간 내에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도를 이용하면서 위험한 상황도 자주 겪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는 "자전거 우선 주행 도로에서 최대한 도보 쪽으로 달려도 바로 옆에서 과속하는 차량들이 정말 많다"며 "사고가 날까 두려워 도보 쪽으로 붙어 페달을 밟는데 바닥이 울퉁불퉁해 핸들이 틀어지거나 움푹 파인 곳을 지나가면 넘어질까 두려울 때도 있다"고 했다.



수익 위해 위험 감수하기도...보호 장치 필요하다는 목소리

(사진=이미지투데이)


배달 수수료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는 비나 눈이 내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다. 종종 한파일 때도 수수료가 높아진다.

‘배달 알바 고수’들은 이 때가 고수익을 벌 수 있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달알바 3개월 차 대학생 유창준(26·남)씨는 “길이 얼어 빙판길이 될 때면 배달 수수료가 8000원 이상”이라며 “날씨가 정말 추운 날 배달하면 1000원을 더 주는 프로모션이 있는데 이를 활용한다”고 했다.

대학생 이 모씨(26·남)도 "작년 12월부터 도보로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며 "겨울철 폭설로 길이 빙판이 됐던 날이 시간당 2만원을 번 날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돈을 많이 벌어 좋았지만 춥기도 하고 길이 너무 미끄러워서 몇 번 넘어질 뻔했다”며 “그럴 때 오래 일하진 못하고 안 나오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보나 자전거로 배달을 하더라도 산재 보험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씨는 "배민커넥트의 경우 도보부터 오토바이 배달까지 사고가 나면 모두 보험처리를 해주지만 쿠팡이츠의 경우 일하다 사고가 나더라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배달 중 이상이 생겨도 배민커넥트의 경우 사측의 도움으로 음식값은 물지 않지만 쿠팡이츠는 음식값을 모두 물어야 하고 사고 시에도 온전히 본인 책임”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 플랫폼 노동 증가할 것...전국민고용안전망 필요"

(사진=이미지투데이)


배달 알바 같은 소위 '플랫폼 노동자'들은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노동자 계층인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한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산업계의 요구와 노동자들의 대응 방식이 맞아 떨어져 ‘플랫폼 노동’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과거엔 하나의 일자리에서 얻는 수익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지만 이젠 생계 유지를 위해 투잡, 쓰리잡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노동시장 내의 고용구조가 변화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교수는 임금노동자 중심의 고용안전망을 플랫폼 노동자까지 포괄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그동안 임금노동자들이 가입하는 4대보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며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까지 보호할 수 있는 '전국민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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