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으로 이사갈 때 신경쓸 게 참 많다. 특히 주변 어른들의 잔소리가 거세진다.
편한 날로 이삿날을 잡았더니 ‘손 없는 날’이 아니라며 날짜를 바꾸라고 하질 않나, 밥솥은 아직 사지도 않았는데 이삿짐 중 가장 먼저 밥솥을 들이라고 하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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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손 없는 날은 이사하기 좋은 길일이라 해서 포장이사 가격도 다른 날보다 비싸다.
이사할 때 보면 주변 어른들이 꼭 ‘밥솥’을 먼저 새집에 갖고 들어가라 하는데, 이것도 과거 토속신을 모시던 옛 문화에서 비롯됐다.
인류는 원시시대 이래 불을 신성시했다. 우리나라도 부뚜막 불씨를 중요하게 여겼다. 불은 난방뿐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은 불씨가 꺼지면 집안이 망한다고 믿어 불씨 유지에 정성을 다했다. 그래서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할 때 가마솥을 먼저 갖고 들어가 불을 붙였다.
더군다나 부엌은 단순 노동의 장소가 아닌 성스러운 장소였다. 그래서 어른들은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을 모셨다.
이러한 민간신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밥솥이 옛날 가마솥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이삿날 밥솥을 가장 먼저 들이라는 속설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 새집으로 이사한 무속인 전영주 씨도 이삿짐 중 밥솥을 가장 먼저 주방에 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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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옛날에 보면 대문에 복조리를 두지 않느냐. 이것도 같은 의미다. 그것도 복이 집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의할 점도 있다. 상한 음식은 절대로 새집에 가지고 오지 말아야한다는 것.
전씨는 이같은 속설이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몸만 쓰면 되는 것 아니냐”며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복이 들어온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나”라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