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마감된 제12대 여신금융협회장 후보 접수에는 민(民)·관(官)에서 각각 4명, 5명 그리고 학계에서 1명이 입후보했다. 가장 큰 주목을 끄는 건 관 출신이 명예회복을 하느냐다. 3년 전에는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적폐’로 지목되면서 민간 출신에 협회장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힘있는 관료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 이번에는 ‘설욕’에 성공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현 정부가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으면서 후보가 난립한 점은 변수다. 표가 갈리면 민간 출신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어서다.
관과 감독당국 출신으로는 김교식(67) 전 여성가족부 차관, 최규연(63) 전 조달청장, 김주현(61)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기연(61)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원했다. 이중 김 전 차관과 최 전 청장이 눈길을 끈다.
김 전 차관은 6대 금융협회장 자리를 호시탐탐 노려왔다. 지난 2012년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지원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지난 2014년에는 ‘손해보험협회장에 유력하다’는 내정설이 돌았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인선이 미뤄지다가 흐지부지됐다. 최 전 청장의 경우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이어 여신금융협회장에 오른다면 ‘2관왕’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민간 출신으로는 정수진(64)·정해붕(63) 전 하나카드 사장, 고태순(61) 전 농협캐피탈 사장, 이상진(60) 전 IBK캐피탈 사장, 임유(55)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가 입후보했다. 하나카드 사장들이 나란히 출마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지난해 순이익에서 카드사를 뛰어넘은 리스·캐피탈사들이 협회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깜짝 등판한 이명식(65) 상명대 교수(신용카드학회장)의 선전 여부도 흥미거리다.
업계에서는 협회장 선거에 직·간접적인 정부의 입김이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후보를 밀기보다 특정 후보에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가늠자는 첫 관문인 쇼트리스트(압축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느냐가 될 전망이다.
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오는 30일 1차 회의를 열고 쇼트리스트를 작성할 예정이다. 후보 등록 때 약력과 함께 동봉한 직무수행 계획서를 토대로 적격자를 추리게 된다. 직무수행 계획서에는 협회의 대관기능과 연구기능 강화, 여전사의 디지털전환 방안 등 후보별로 특색있는 내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를 선별하는 과정에 회추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크면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선거의 클라이맥스는 면접이다. 협회 회추위는 다음 달 7일 2차 회의를 열어 쇼트리스트 대상자를 상대로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후보를 투표로 결정한다. 1인당 2표씩 행사한다. 지난 2016년의 경우 재투표 끝에 김덕수 현 회장이 낙점됐었다.
여신금융협회 회추위는 카드사 7명, 캐피탈사 7명 등 이사회 이사 14명과 감사 1명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회추위 위원장에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추대됐다. 회추위가 선정한 단수 후보는 내달 중순 총회에서 찬반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다. 여신금융협회 회원사는 총 97개사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달 15일까지다. 차기 회장의 임기는 시작일로부터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