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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갇혀 있던 시설을 벗어나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두 사람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헤어져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후 두 사람이 가게 된 곳은 사회가 아닌 강원도의 한 장애인 요양 시설. 두 사람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설에서 또 다른 시설로 보내져 15년을 그 안에서만 살았다.
여자 원생들이 머무르던 3층 보일러실에 기름을 넣으러 갔다가 상분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한 정우 씨. 그는 시설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상분 씨를 춤과 노래로 위로해주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가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서 2013년 두 사람은 그곳을 빠져나오게 됐다. 2016년 2월14일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의 연을 맺었고 자신들만의 행복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삶 대부분을 보낸 시설에서의 시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부부. 도대체 시설 안에서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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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보조로 취직도 하고 오고 가며 인사하는 이웃도 제법 생겼지만, 장애를 가진 이 부부가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다. 쉽게 남의 말을 믿어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행인에게 이유 없이 욕설을 듣는 일도 부지기수다.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상분-정우 부부는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원할 때 잠자고 밥을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사소하지만, 시설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일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분’, ‘유정우’라는 이름과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운 자신만의 시간을 되찾은 두 사람에겐 새로운 꿈도 생겼다. 전국노래자랑 예선만 두 차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싶다는 정우 씨는 무대 의상까지 갖춘 준비된 가수 지망생이다.
상분 씨는 어느 순간부터 시를 좋아하게 됐고, 언어장애로 인해 잘 표현할 수 없었던 제 마음을 자작시로 풀어내기도 한다. 춤과 노래, 시 외에도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부부. 흥 부자-취미 부자인 두 사람은 또 어떤 일들로 일상을 꾸며나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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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는 세월을 시설에서 보낸 두 사람은 여전히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차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하고, 낯선 곳에서 길을 찾기 어렵기에 신혼여행조차 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다녀왔다. 그런 그들이 생애 처음 떠나는 1박 2일 자유여행. 상분 씨는 여행 경비 관리를, 정우 씨는 길 찾기를 맡아 겨울 바다를 보러 강릉으로 떠났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도 잠시, 두 사람은 낯선 여행지에서 길을 잃는데 그들은 과연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둘만의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어쩌면 동네를 산책하다, 장을 보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마주쳤을 수도 있는 이웃 이상분-유정우 부부의 이야기는 17일 밤 11시5분 ‘SBS스페셜’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