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고객 만나려면…디지털 세계로 가라

최은영 기자I 2018.12.27 05:00:00

택시·배달음식…오프라인 서비스 찾던 고객들
스마트폰 앱서 통합 서비스 누리는데 익숙해져
기존 업체들, 디지털과 연결점 찾아야 생존 가능

[김지현 IT 칼럼니스트]1990년대 매일 아침마다 배달되는 문 앞의 신문지를 통해 간밤의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고, 밤 9시 거실에 모여 앉아 TV 뉴스를 통해서 하루 동안의 주요 이슈를 보았다.
언론사와 공중파 방송사가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언론사는 포털이, 방송은 유튜브가 대체한지 오래다. 아니 이제는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과 같은 새로운 인터넷 미디어가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언론사가 배달해준 신문지를 읽지 않고, 방송사가 제한된 시간에 송출해주는 한정된 뉴스에 얽매이지 않는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다양한 시각의 콘텐츠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쏟아내면서 이전보다 더 풍성하며 다채로운 미디어 소비를 하고 있다. 비단 미디어 시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년 전 동네에 어김없이 존재하던 만화방, 비디오 대여점, 서점, 레코드판 가게 역시 웹툰, 넷플릭스, 리디북스, 멜론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아파트마다 있던 상가수첩, 배달의민족으로 대체

분절된 시공간의 한계 속에서 파편화되어 존재하던 사업들이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인해 통합되고 있다. 전국구로 존재하던 부동산은 직방, 다방으로 통합되고, 전국의 아파트마다 있던 상가수첩은 배달의 민족으로 대동단결되고 있다. 지방별로 있던 콜택시, 대리운전은 카카오T로 통일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사용자, 소비자와의 접점을 하나로 일치시킨 결과이다. 마치 웹에서 포털이 인터넷의 관문으로서 모든 웹 사이트를 안내하는 첫 길잡이 역할을 했던 것처럼, 각 분야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오프라인 사업의 출발지가 되었다. 이들 앱이 음악을 듣고, 만화를 보며, 방송을 보는 게이트웨이를 넘어 택시를 부르고, 대리를 부르고, 집을 구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

이렇게 고객과 첫 만남의 시작이 하나로 통일되면서 작은 규모로 분절된 고객 접점을 보유한 기존의 유통망과 공급사들의 기득권은 해체되고 있다. 카카오 T는 택시는 물론이거니와 카카오가 제휴를 맺어 운영하는 리무진을 호출할 수 있는 카카오 블랙, 대리기사 호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주차와 카풀 서비스의 신청까지도 가능하다. 교통, 차량 관련 서비스의 원 스톱 토털을 지향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상가수첩을 전국구로 확대해 동네 맛 집은 물론이거니와 배달을 해주지 않던 레스토랑 음식마저도 배달해주는 배민라이더스 서비스까지 확대해 제공하고 있다. 토스는 주요 은행의 계좌 잔액을 통합해서 보여줄 뿐 아니라 송금 서비스를 넘어 보험, 대출, 해외 주식 투자, 카드 청구 내역과 내게 맞는 카드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11번=MBC’는 옛말…유튜브·넷플릭스에 빠진 시청자들

포털에서 뉴스를 볼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기사의 발행처가 조선일보인지, 한겨례신문인지 눈여겨보지 않는다. 매일 아침마다 하나의 브랜드로 묶여서 배송되던 기사 꾸러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언론사의 기사들은 갈가리 찢겨져 실시간 이슈 검색어와 포털 대문에 나열된 제목으로 배열되어 진다. 우리는 네이버와 카카오, 페이스북 등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이 서비스 브랜드를 언론사처럼 여긴다. 이제 더 이상 어떤 신문사의 기사를 구독한다고 하지 않고, 어느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느냐고 이야기한다. 신문사와 잡지는 이들 뉴스 유통 사이트에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공급사로 전락했다. 독자적인 고객 접점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한 현상이 방송으로 이어져 이제 ‘11번=MBC’라는 공식으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소비하지 않고, 유튜브에서 카카오TV에서, 넷플릭스에서 검색과 추천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만나고 있다. 리모컨으로 번호를 누르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방송을 보던 우리 습관은 서서히 스마트폰에서 앱을 이용하거나 AI 스피커를 이용한 음성 검색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카카오 T와 같은 모바일 승차 플랫폼은 기존의 택시리무진카풀을 통합한 서비스로 고객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새 고객 접점 찾아야

미디어와 콘텐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둔 여러 채널들이 온라인화 되고 있으며, 이 같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유통 접점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던 중간자들은 사라지고 대체되고 있다. 또한 이 채널에 종속당한 회사들은 고객과의 접점을 잃어버리면서 공급사로 전락하고 있다. 통합 유통 채널은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더 오랜 시간을 체류하도록 더 많은 서비스를 확장해서 제공하며 규모를 더욱 키워갈 것이다. 이 변화의 과정은 승자독식이라는 법칙을 만들어내 1위의 권력은 더욱 커져가고 기득권을 쥔 기존 기업들의 생존마저 위협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득권조차 없던 작은 공급사들은 더욱 더 힘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변화로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고객과 접점을 잃어버리면 고객과 만날 수 없다. 고객과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는 채널이 없으면 그런 접점을 가진 유통망에 종속당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고객 접점을 갖춘 새 유통 채널은 디지털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서비스를, 사업을 고도화한다. 이 과정에서 더욱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할 수 있는 고객 중심 경영을 하게 되고, 이는 곧 더 많은 고객 확보로 이어진다. 고객의 충성도 또한 높아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승자 독식 구조가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 산업에서 이렇게 새로 등장하는 고객과 접점을 밀착해가는 새로운 강자는 누구이고, 그들과 어떤 경쟁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고 정리하는 것이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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