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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방치되며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서울 당산동과 영등포동 일대가 부동산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노후 주택가와 재래시장 개발을 가로막던 특별계획구역 지정이 12년 만에 폐지되면서 아파트와 주상복합단지 신축이 가능해져서다. 더욱이 경인고속도로 신월나들목에서 여의도를 잇는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으로 교통 개선까지 더해질 예정이어서 투자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열린 ‘제13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공위)’에서 영등포1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통과시켰다. 당산동과 영등포동을 아우르는 당산동 1가 1~3번지 지역은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부도심에서 도심으로 승격된 준공업지역이지만 낡고 오래된 건축물에다 조광시장에서 나온 박스와 물품 등이 거리 곳곳에 쌓여 몸살을 앓아왔다.
재정비안에 따르면 시는 조광시장 주변 특별계획구역 12곳을 모두 해제하고 이면부에 불허됐던 공동주택 신축을 전격 허용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당산로와 영중로, 영등포로 등 주요 간선가로변 최대 개발 규모를 2500㎡에서 3000㎡로 확대해 대규모 개발을 한결 수월하게 했다. 간선부도 1500㎡ 이상 개발할 경우 최고 높이 20% 이내에서 높이 기준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서울 3대 도심에 속하는 중심부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재래시장의 특성상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특별계획구역 폐지와 개발 규모 완화 등을 통해 아파트나 주상복합단지 신축이 가능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로 개선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총사업비 4546억원을 들여 강서구 화곡동에서 당산동을 지나 여의도로 이어지는 7.53㎞ 길이의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왕복 2~4차로로 지상층 도로 구간을 줄이는 대신 공원·자전거도로가 설치된 친환경 공간을 조성하고, 도로 지하에는 자동차 전용 지하도로(지하 1층)와 터널(지하 2층·서울 제물포터널)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에 시달리던 강서·양천·영등포구 일대 주민들은 제물포길 지하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교통 여건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일대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주변 부동산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개발 구역 안에 들어선 ‘영등포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전용면적 59㎡형 매매가는 지난 6월 3억 7000만원에서 이달 현재 4억 3000만원으로 3개월 새 6000만원 뛰었다. 바로 옆에 자리한 당산동 ‘동부 센트레빌’ 아파트 전용 82㎡형도 같은 기간 5억 3500만원에서 5억 6000만원으로 집값이 2500만원 올랐다.
개발 전에 부지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래시장 땅값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인근 Y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잠잠하던 재래시장 일대에 개발 입소문이 퍼지면서 부지 매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늘었다”며 “올해 초 3.3㎡당 1700만원선이던 땅값이 2500만원까지 뛰었지만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뜸하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팀장은 “당산동·영등포동 일대 개발이 시작될 경우 제2의 성수동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구역별로 개발 속도에 차이가 날 수 있는데다 자칫 과잉 투자로 번져 주변 집값이나 땅값에 거품이 끼일 수도 있는 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