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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 주인공인 우장훈(조승우 역·사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영화속에서 경찰 출신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한 비주류로 등장한다. 우 검사는 자신을 밀어줄 장인도 없고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다. 그런 우 검사가 노리는 보직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다.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 직속으로 대기업 총수, 전직 대통령 등 우리 사회 저명인사와 고위직 비리를 전담해 수사한 곳이다. 우 검사가 영화 속에서 조직폭력배와 손잡는 무리수를 둬가며 대형 비리사건을 파헤치려 한 것도 대검 입성을 위해서였다.
◇ 서울·수도권 요직 검사장 서울대·고대 ‘싹쓸이’
많은 사람들이 사법시험을 학벌이나 재력에 상관없는 출셋길로 여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시 합격 또한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일 뿐이다. 검찰내 경쟁이 대표적이다. 검찰 고위직으로 갈수록 학연·지연·재력이 없는 검사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대검과 법무부, 서울중앙지검 등 요직을 두루 거쳐야 ‘검찰의 별’인 검사장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지난해말 현재 검사 정원은 2032명이다. 이중 검사장은 법무부 차관을 포함해 총 47명뿐이다.
이데일리가 전체 검사장 중 검찰내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 및 수도권 주요 검찰청과 법무부 검사장급 검사 29명의 출신대학 등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법대 출신이 20명, 고려대 법대 출신이 8명이다. 김영대(53)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경북대 법대를 나왔다.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에는 각 고검 검사장과 지검장외에 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과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법무부 국장급 간부 등을 검사장으로 규정한다. 고검 차장검사도 검사장급 인사다.
최근 검찰내에서 요직 중 요직으로 떠오른 곳이 ‘부패수사전담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이다.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대기업 비리 수사 등을 전담할 수사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출범한 곳이다. 전국 단위의 대형 부패범죄 수사를 전담할 이곳을 검찰 안팎에서는 ‘미니 중수부’라고 부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부패 척결’을 4년차 국정운영 핵심과제로 제시한 만큼 부패수사단은 반부패 척결의 선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수사가 성과를 거둘 경우 검찰내 승진코스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검찰 고위직 승진 ‘배경+실력’ 겸비해야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내 고위직 승진을 위해서는 학연 못지 않게 지연이 중요하다고 본다. 서영제(66)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출간한 ‘누구를 위한 검사인가’에서 “검찰총장과 서울지검장(서울중앙지검장)은 대통령과 하나의 ‘운명 공동체를 구성한다. 대통령 연고에 따라 검찰 등 후속 인사가 이뤄지고 여기에 들지 못한 사람은 기수에 따라 저절로 물갈이되는 게 그간 관행이었다”고 회고했다.
지역연고는 출신지역 뿐 아니라 근무지역도 중요하다. 서울에서 멀어지면 승진에서도 멀어진다. 서울중앙지검과 동서남북지검을 비롯해 경기·인천 주요 검찰청, 법무부, 대검 등에서 경력과 실적을 쌓아야 승진에서 유리하다.
올해 검찰인사에서도 이 공식은 유효했다. 방산비리 수사에서 성과를 낸 공로를 인정받아 요직 중의 요직으로 부상한 부패수사단을 이끌게 된 김기동(52) 단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 김 단장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 부장검사. 대검 검찰기획단장을 지내는 등 주요 경력을 서울에서 쌓았다.
학연과 지연을 연결고리로 한 ‘줄세우기’는 때로 검찰조직내 힘겨루기로 비화하기도 한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조직내 승진 경쟁은 외부에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다”며 “승진을 위해 라인을 만들고 라인을 타야 승진이 되는 문화가 검찰조직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