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F2015]에이미 멀린스 “인류가 만든 가장 큰 역경은 ‘정상’이라는 개념”

임성영 기자I 2015.10.07 02:00:00

2015 세계여성경제포럼 기조연설 맡은 에이미 멀린스
“보통이나 전형적인 건 있어도 정상은 없어”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무릎 아래 뼈가 없다는 사실은 저를 변하게 하는 역경 중 하나였습니다. 그 역경을 이겨내면서 ‘원더우먼’ 에이미 멀린스를 선물 받았죠.”

에이미 멀린스는 오는 20일 열리는 이데일리 주최 2015 세계여성경제포럼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에서 “역경이야말로 인간의 자아와 능력을 일깨우도록 하는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던 변화의 일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가 가진 가장 위대한 능력은 적응력”이라며 “역경을 이겨내는 충분한 힘”이라고 피력했다. 에이미는 찰스 다윈이 150년 전에 쓴 진화론을 빌려 “여러 인류가 있던 태초 가장 강한 종이 생존한 것도 아니고 가장 똑똑한 종이 생존한 것도 아니었다”며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결국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류가 만든 가장 큰 역경은 ‘정상(正常)’이라는 개념”이라며 “보통이나 전형적인 것은 있어도 정상적인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사회가 정상이라는 잘못된 개념에 갇혀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얘기다.

에이미는 사회의 가치관대로 정상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운동능력과 연기력 등 잠재력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자신의 무릎 아래 뼈가 없다’는 역경에 맞춰 변화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달리기 선수로, 모델로, 영화배우로 활동할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에이미는 재활운동을 했던 4살 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두꺼운 고무밴드를 차고 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4살 꼬마 소녀에게 밴드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물건이었다. 하기 싫은 재활운동이 반복되던 어느 날 담당의사인 피주틸로의 말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에이미, 넌 정말 강하고 힘이 넘치는 소녀구나. 내 생각에 넌 이 밴드 하나쯤은 끊을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은 이후 에이미에게 재활운동은 새롭고 기대되는 경험으로 바뀌었다.

에이미는 “신체에 문제가 없는 일반적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준 피주틸로 선생님의 태도가 저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고 살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고 회고했다.

에이미는 역경을 받아들이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경은 우리 삶의 일부와 같은 그림자”라면서 “항상 함께 있지만 잘 보일 때도 있고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역경을 극복하려 애쓰기보단 마음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에 따른 마음고생이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에이미는 조언했다.

그는 “이겨내지 못한 역경도 중요하다”면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건 내 이력서에 쓰지 못했던 내가 이겨내지 못한 도전들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장애는 어떠한 장점도 보지 못하고 호기심도 상상력도 없는 상태의 억눌린 마음”이라면서 “긍정과 호기심, 상상력이 가득한 가치관을 마음에 품으면 새로운 현실과 존재의 길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5 WWEF세계여성경제포럼 기조연설을 맡은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는 누구인가

‘100m 달리기 15.77초, 멀리뛰기 3.5m’ 여성 육상선수의 기록 치고는 우수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두 다리가 없는 선수의 기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의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세상의 일반적인 시선과 달리 기록의 주인공은 ‘장애인’이라 불리는 것도, 평범한 사람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

기록의 주인공은 ‘원더우먼’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다. 에이미는 육상선수일 뿐만 아니라 모델이자 영화배우다. 책도 썼다. 그는 탄소 소재 의족을 신고 트랙을 달리고, 나무로 만든 의족을 신고 런웨이를 걷는다.

에이미는 태어날 때부터 무릎 아래 정강이뼈가 없었다. 첫돌이 지난 에이미는 의사의 권유로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두 다리를 버팀목으로 직립보행을 학습하는 것과 같이 에이미가 의족을 다리삼아 일어서고 걷는 것을 훈련해 보자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었다. 절반의 확률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동의했다. 절단 수술 합병증으로 6년간의 수술을 추가로 받았지만, 에이미는 세 살때부터 혼자의 힘으로 걸을 수 있었다. 특히 그는 활달한 두 남동생의 영향으로 수영 자전거 스키 등 거친 운동도 배웠다.

미국 동북부 펜실베니아주 앨런타운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17살이 되는 해 워싱턴D.C에 있는 조지타운대학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공장 근로자, 어머니는 병원 접수 담당자로 생활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유년시절 앨런타운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학업에 열중했다. 장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그는 미국 전역에서 몰린 3만 9000명의 지원자 중 3명만 뽑는 조지타운대학 장학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학 시절 미국 국방부에서 정보분석가로 인턴생활을 하며 평생직장을 보장받았던 그는 2년 차에 국방부를 나왔다. 그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운동을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에이미는 1996년 애틀란타 장애인 올림픽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탄소 소재 의족을 신고 100미터와 200미터 단거리 육상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멀리뛰기에서 그가 세운 절단장애인 세계 신기록은 지금까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여러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1999년 지방시 수석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쇼 모델로 선정돼 모델계에 입문했다. 2002년 매튜 바니의 영화 크레마스터3에 출연해 의족으로 고구마를 자르는 명장면을 탄생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로 들어섰고, 2009년 피플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50인에 선정됐다.

◇오는 20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열리는 2015 세계여성경제포럼에 대한 참가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wwef.or.kr/2015/kor/information.asp) 또는 포럼 사무국(02-3772-0375)로 하면 된다.

2015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세부 스케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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