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경비원 분신 사망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기존 아파트 관리업체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 업체에 소독된 경비원 78명은 오는 12월31일자로 해고가 확정됐다. 새 관리업체가 이들 고용을 승계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날 저녁 7시부터 3시간 동안 열린 회의에서 관리업체 변경을 확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지난 11월5일 임시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현재 경비업체인 한국주택관리주식회사와는 더이상 위탁관리계약을 맺지 않는다’고 결정했고 오늘 이를 최종 승인했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참석대상인 동대표 20명 중 16명이 참석했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경비원 등의 고용승계 여부는 이날 결정되지 않았다. 새 관리업체가 경비원들의 고용 승계를 하지 않으면 이들은 더 일할 수 없게 된다. 이 아파트는 전자경비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만큼 경비인력에서 고령자 비중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엔 위탁계약을 맺어 기존 경비노동자들을 승계해주는 게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회의 측은 위탁관리 수수료가 비싸고, 인사관리가 방만하며 일부 경비원들이 비리에 연루된 점 등을 용역업체 변경사유로 들었다. 또 최근 일어난 분신 사건도 업체 변경에 영향을 줬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 주민 전체가 수전노인 것처럼 매도 되다보니 주민들이 굉장한 배신감을 느꼈다”며 “근본적으로 신뢰관계가 깨져 주민들이 공분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울증 증상이 있는 경비원을 취약한 장소에 배치한 것도 경비업체가 인사관리를 잘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비원들은 이번 결정에 반발하며 4일 파업 돌입 시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달 19~20일 해고 예고 통지를 받은 경비원들은 지난달 28일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앞서,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7일 오전 9시 30분께 경비원 이모(53)씨가 인화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불을 붙여 전신 3도 화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이씨는 한 달만인 이달 7일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