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X파일]재계 연말인사 앞두고 떨고 있는 '별'들

류성 기자I 2014.11.07 05:10:00

'용'의 인사 삼성·예측불허 현대차
회장없는 SK·선도주의 LG

[이데일리 류성 선임기자 김현아 박철근 김형욱 기자] 기업들의 연말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떨고 있는 ‘별’들이 많다.

기업마다 올해 경영실적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임원들의 자리보전이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지고 있는 탓이다. 사상 최대실적에 힘입어 대규모 ‘승진 잔치’를 벌이곤 하던 예년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벌써부터 주요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올해 연말인사에서 “승진은 커녕 자리만 지켜도 선방”이라는 풀죽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재계는 신상필벌의 원칙아래 실적위주 평가로 임원 승진 및 퇴진을 엄격하게 결정짓는 인사시스템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마다 올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상황이기에 올해 연말 임원인사는 ‘승진잔치’보다는 ‘초상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별’을 달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하던 말년 부장들은 “올해 승진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푸념하고 있다.

◇삼성, 실적 악화로 대대적 물갈이 예고

재계는 올해 삼성그룹 임원인사는 여느 해보다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경영에 참여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첫 인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예년과 비슷한 12월 초에 사장단 승진인사를 단행한 뒤 임원인사를 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그룹 내 인사담당 임원들이 모인 ‘HR컨퍼런스’에 참석하는 등 본격적으로 그룹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그룹 인사를 총괄하는 정현호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부사장)이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두 사람이 고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회장에 이은 3기 ‘삼성호’의 인사 밑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주목된다.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경우 지난 5월 팀장급을 대거 교체해 연말 인사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계열사들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철저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인사기조를 감안할 때 올해는 예년수준의 대규모 승진잔치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게 삼성 안팎의 분위기다.

삼성 내부의 관심은 연말 임원인사에 있어 승진 규모가 얼마나 축소되느냐에 쏠려 있다. 지난해 삼성은 부사장 51명, 전무 93명, 상무 331명 등 475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인사 폭은 2011년 501명, 2012년 485명 등으로 지속 감소 추세다. 올해는 실적악화라는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승진 폭은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 대대적인 임원감원 폭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최대실적을 잇따라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했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혹독한 12월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사업체질 개선도 계획 중이어서 ‘승진은 최소, 퇴진은 최대’라는 불명예를 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DS부문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는 임원 승진 폭이 다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R&D 및 부품 계열사 중심 선방 예상

현대자동차(005380)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올 연말 인사는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올초부터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굵직한 인사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현대차 상용차 부문 총괄 최한영 부회장과 중국 부문 총괄 설영흥 부회장이 사임했다.

반면 지난해 연말 사임했던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이 3개월 만에 복귀했다. 안병모 기아차 북미 총괄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한 단계씩 각각 승진했다. 지난 8월에는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윤준모 대표)가 현대메티아와 현대위스코를 합병하며 규모를 키웠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에 따라 올 연말 인사는 ‘보각’ 수준의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규모는 어려운 대외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예년보다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는 지난 2012년 역대 최대인 465명을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한 이후 지난해 379명, 올해 419명으로 임원승진 규모를 조정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계열사·사업부문 별로는 연구·개발(R&D)과 부품 계열사의 승진 폭이 상대적으로 클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꾸준히 R&D 부문에 힘을 실어 왔다. 멕시코 공장 프로젝트를 성사한 기아차 북미법인,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을 위한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낙찰 성공에 따른 추가적 승진 인사도 기대된다.

원화강세 지속에 따라 재경본부에 힘을 더할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재경본부장은 올 중반기 일제히 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중국사업부문은 현대차 중국 4공장 프로젝트의 지연이 길어지면서 대폭적 경영진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들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국내본부와 신흥시장에서도 상당폭의 경영진 물갈이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부회장급 최고 경영진의 물갈이를 정의선 현 현대차 부회장 체제로의 변화로 해석하는 일부 시각도 있다. 실제 최근 현대차그룹 임원은 젊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은 정몽구 회장 체제가 확고한만큼 올 연말 대대적인 변화는 시기상조란 게 그룹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SK, 하이닉스 대규모 승진잔치 예고

SK그룹은 지난해 1월 임원 인사를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12월 15일을 전후로 계열사 임원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최태원 회장의 갑작스런 부재로 ‘안정 속 성장’이 그룹경영의 주된 기조였다면, 올해 연말인사를 앞두고는 계열사마다 비장한 분위기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그룹의 주력사업인 에너지·화학, ICT 사업이 실적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SK 경영진들은 실적악화의 원인으로 단순한 업황부진을 넘어 최고경영자의 장기부재에 따른 기업가치 창출 미흡을 꼽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SK 경영진은 최근 강력한 사업구조 개편을 결의하기도 했다. 잘되는 사업은 강화하지만, 실적이 악화한 부분은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연말 임원인사 역시 사업구조 재편에 따라 승진을 최소화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상당폭의 대표이사 교체 등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전문가이자 그룹 ICT부문 R&D총괄인 임형규 부회장을 비롯한 SK하이닉스의 임원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다만 올해 사상 최고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서는 대규모 임원승진 인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SK그룹은 신규 임원선임 100명을 포함한 총 141명 규모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에서만 43명이 대거 승진했다.

SK는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개발이 벤처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생태계 조성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재계 최초로 ‘창조경제혁신추진단’을 만들기로 한 만큼 이 조직을 이끌 단장 등 파견인력에 대한 인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LG, 시장선도자 파격 승진 예상

LG그룹은 현재 올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승진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11월 말경 계열사별로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인사의 기준은 구본무 회장이 강조한 시장선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업체질 강화와 미래사업 준비 여부에 대한 철저한 ‘성과주의’, 위기상황 돌파를 위한 ‘책임경영체제’ 강화 관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에 기여한 영업·마케팅 직군이나 기술직군이 승진인사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선도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임원 승진을 단행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원인사 폭은 올해 그룹 전반적인 실적이 지난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LG그룹에서는 부회장 1명, 사장 6명, 부사장 9명, 전무 30명, 상무 79명 등 125명이 승진의 영예를 안았다. 2012년 116명에 비해서는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올해는 부회장 승진자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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