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1년 넘게 하향 곡선을 그리던 주택 월셋값이 요즘 꿈틀거리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 고공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월세마저 오름세로 돌아서면 서민 주거난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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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방의 가격 강세가 두드러진다. 대구·부산 등 5개 광역시 주택 월셋값은 전달 0.1% 오르며 작년 3월 이후 19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울산 등 산업단지 유입 인구가 늘고 이사할 집은 부족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집값의 턱밑까지 차오른 전셋값 마련 부담에 못 이겨 월세 수요로 내려앉은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5개 광역시의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은 68.5%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아파트는 이 비율이 73.8%에 이른다. 매맷값이 1억원인 주택의 전셋값이 7380만원까지 치달았다는 뜻이다.
예컨대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푸르지오’ 아파트 전용 85㎡형 임대료는 6개월 새 기존 보증금 3000만원, 월 75만~80만원에서 월 90만원으로 10% 이상 올랐다. 대구는 지난달 아파트 월셋값 상승률이 전국 아파트 중 가장 컸던 곳이다. 이 아파트 전세가율은 79.3%(매매 2억9000만원·전세 2억3000만원)로 전세와 매매가격 차이가 불과 20%에 불과하다. 태전동 삼성아파트 전용 60㎡형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2만원이던 임대료가 월 54만원으로 상승했다. 복현푸르지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주변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한 데다 전셋값 부담도 커 월세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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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올 4분기(10~12월) 서울·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작년 동기보다 43.1%나 줄어든 2만756가구에 불과하다. 감소 폭이 전국(17%)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의 월셋값 추이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서다. 저금리 여파로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서 받는 이자가 줄자 집주인 대부분이 보유 주택을 전세보다 월세로 내놓길 원한다는 얘기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입주 물량은 줄고 있는데 수요는 늘어나 이사철에 일시적인 월세 수급 불안정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집주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서 월셋값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