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짐을 쌌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등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던 팀이 불과 2년 만에 침몰한 것이다. ‘무적함대’라는 별명을 무색케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성공에 자만해 급변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귀국하는 비행기가 벼락까지 맞았다는 스페인의 탈락은 곧 ‘티키타카’ 축구의 몰락이다. 티키타카는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이다. 정교한 쇼트 패스 위주로 볼 점유율을 높여 상대방에 공격할 틈을 주지 않고 체력을 고갈시키는 전략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가 2000년대 중반 도입했고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도 이를 내세워 유로 2008에서 우승했다. 2008년 부임한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도 이를 계승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를 제패하며 스페인 전성시대를 열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인가. 힘과 체력을 내세운 압박에 티키타카는 노쇠현상을 보이다가 이번에 참담한 패배의 멍에를 안았다. 변화 없이 세대교체를 하지 않고 사비 에르난데스(34), 이케르 카시야스(33),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0) 등 저물어가는 선수들을 그대로 기용한 것도 몰락 원인으로 지적된다. 노장들의 느린 발과 떨어진 체력이 네덜란드 칠레 등 신흥 강호의 속공과 역습을 쉽게 허용한 결과다.
스페인 축구의 몰락은 기업경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의 성공에 자만해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최강자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하나는 새로운 기술이나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면 언제든 경계대상도 아닌 후발자에게 참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둥근 공을 다루는 축구나 상상력을 제품과 서비스로 개발해 시장을 여는 기업경영이나 실패로 귀결되는 맥락은 비슷하다.
한국 경제와 축구대표팀도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은 201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4000달러로 세계 33위다. 축구는 지난 1986년부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무대를 밟았다. FIFA랭킹과 상관없이 당당한 세계 32강. 그런데 문제는 본선 무대에서 뒷힘을 발휘하지 못한채 게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4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는 한국 경제의 모습을 닮았다.
왜 그럴까. 벌써부터 ‘실세’ 경제부총리 소리를 듣고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최 후보자는 스킨십이 좋은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큰 그림 그리고, 잘 소통하는 기술, 그게 리더의 덕목이란 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자! 축구대표팀을 한번 되돌아보자.‘원팀 원스피리트’. 멋진 단어지만, 웬지 개발연대의 추억이 느껴진다. ‘유니크 앤 스마트’ 이런 슬로건을 내걸면 어떨지. 체력이 좋고, 그걸 기반으로 고난을 잘 헤쳐 왔다고 조직을 추스리는 전략이 신예들이 득실거리는 프리미엄 시장에선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최 후보에겐 내수 온기 회복을 위해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세 등으로 기업들이 뛰께 만드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데 총대를 맸으면 좋겠다. 그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15위인데 이대로 가다간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이 밀려 ‘경제 16강을 유지하기도 버거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적진을 단숨에 제압하는 필살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총괄부국장 겸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