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우크라 동부 긴장 지속…서방, 러시아 압박 강화

김혜미 기자I 2014.04.26 06:10:44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진압하는 작전 사흘째를 맞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군사적 긴장이 계속됐다.

중앙정부는 이날 분리주의 민병대가 장악한 대표적 도시인 슬라뱐스크 봉쇄에 착수했으며 동부에서 우크라이나 헬기가 폭발하는 등 무력충돌이 이어졌다.

긴장 고조에 따라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 한다고 서방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논의하기로 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였다며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부 진압작전 3일째…“도네츠크 봉쇄 착수”

중앙정부는 진압 작전 사흘째인 이날 민병대가 장악한 슬라뱐스크에서 진압작전을 본격화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특공대가 이날 군 관계자 등을 인용해 동부 슬라뱐스크 봉쇄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전날 슬라뱐스크 북부에서 테러리스트를 최대 5명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군의 위협에도 동부에서 재개한 대(對)테러작전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바코프 장관은 “러시아의 군사훈련 재개로 작전이 중단됐다는 보도들이 나왔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작전이 계속되고 있어 테러리스트들은 두려워하지만 평화로운 시민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진압작전 재개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병력 1만1천명과 탱크 160대와 장갑차 230대, 대포 150기 등을 동원해 동부에서 군사작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네츠크와 슬라뱐스크 등의 시청사를 장악한 분리주의 시위대는 크림반도처럼 자치를 이룰 때까지 점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와 슬라뱐스크 시청사는 복면을 쓴 분리주의 세력들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비를 서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국기와 자칭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을 상징하는 깃발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돌아가라, 우크라이나에서 손 떼라’라고 쓰인 현수막 등을 내걸었다.

반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반러시아 활동가들이 한 러시아계 주유소 앞에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흑해 연안 도시인 오데사 경찰은 이날 새벽 친우크라이나 세력이 설치한 검문소에서 폭발물이 터져 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검문소 앞을 지나가던 차량에서 폭발물이 던져졌다고 보도했다.

동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에서는 우크라이나 군 소속 Mi-8 헬기가 저격수의 총격을 받아 폭발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치연구센터 드미트리 팀축 소장은 이 사건의 희생자는 없다고 밝혔으나 현지 언론들은 기장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크라마토르스크 공항은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으나 시내는 여전히 민병대의 통제에 놓여있다.

◇서방, 러시아 추가 제재 논의로 압박

서방은 지난 17일 위기상황을 완화하기로 합의한 ‘제네바 4자 회담’이 유명무실해진 책임을 러시아에 돌리며 추가 제재를 논의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조만간 만나 러시아 추가 제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제재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며 “이런 목적으로 EU 외무장관들이 최대한 이른 시일에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메르켈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러시아가 제네바 4자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이행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를 인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정상들과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전화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서울에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앞으로 우리 투자자들이 러시아에 투자하고 경제관계를 유지하고,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이런 모든 것이 러시아의 영토적인 야망 때문에 희생돼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할 일은 푸틴이 바른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서방의 제재와 관련해 직접적 영향은 받지 않았으나 간접적 영향은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1분기 순자본유출이 637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본유출로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7%에서 7.5%로 전격 인상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인상은 물가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1단계 강등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러시아는 제3차 세계대전을 바라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달라는 도움을 요청했다.

야체뉵 총리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테러리스트를 계속 지원해 국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유혈사태 진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비싼 (대가를 치를) 실수가 될 것”이라며 직설적인 언사로 경고한 바 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가 사태 완화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치러야 할 비용이 비싸질 뿐”이라며 “러시아가 이런 방향으로 계속 가면 중대한 실수 정도가 아니라 비싼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일 동안 러시아는 옳은 방향으로 단 한 건의 구체적 조처도 하지 않았고, 어떤 러시아 관리도 분리주의자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점거를 풀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지 않았다”며 러시아에 제네바 4자 회담이 유명무실해진 책임을 물었다.

◇러시아 “미국이 제네바 합의 왜곡” 반박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동부 유혈사태로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미국이 제네바 회담 합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들(중앙정부)은 자신의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군대를 보내 그런 짓을 벌인 자들은 법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긴장을 완화하고자 헌신할 것”이라며 “(제네바 합의 이행이) 일방적 요구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미국도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밤이라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위기의 해법으로 군사적 시나리오는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적 해법을 고려해서는 안된다”며 서방과 러시아가 상호 비방을 멈추고 마주 앉아 대화로 합의를 이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이날 튀니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EU, 러시아의 고위 관리가 우크라이나를 함께 방문해 제네바 4자 회담 합의 이행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이 광적인 상황을 끝낼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우크라이나 내부와 외부에서 대립하는 주체 모두가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