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렸던 김씨는 요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정부가 김씨처럼 월세 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는 집주인들을 파악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본지 2월 24일자 3면 ‘임대소득 신고 안 한 집주인 세 폭탄 맞는다’ 참조>
김씨는 “어차피 내야 할 세금이라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재산세 등 주택 보유세라도 줄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주택 임대차시장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김씨와 같은 과세 대상자를 가려내기로 하면서 집주인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전·월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세금 혜택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 하면 임대소득이 제대로 파악돼 과세 업무 효율화와 함께 세수 확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 주택 임대소득 다 드러난다
지금까지 임대사업자들은 김씨처럼 굳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게 경우에 따라선 집주인에게 더 이익이 됐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월세 소득이 드러나 결국 집주인은 추가 수익에 대한 일정 규모의 세금(소득세)을 내야 한다.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을 꺼린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2010년 인구센서스 자료를 보면 국내 다주택자 144만가구 중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한 비율은 3%(4만5000명)에 불과하다. 국세청이 집주인들의 자진 신고에 의존해 임대소득을 파악하다 보니 대부분 김씨처럼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국세청이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받아 집주인들의 임대소득 검증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집주인으로서는 과거처럼 세금은 내지 않고 월세 수익만 고스란히 챙기는 게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국세청이 임대소득 검증에 나서면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임대차 시장이 양성화되면 세금 관리는 물론 임대차 정보도 투명해져 세입자들의 권익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볼까
임대사업을 하는 집주인으로서도 앞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주택 보유기간 동안 내야 하는 재산세는 면적별로 감면되거나 면제되고, 종합부동산세(전용 149㎡ 이하·6억원 이하)는 전액 면제된다. 올해부터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도 20% 깎아주고 있다. 대신 3억원 이하 주택 3채를 5년 이상 임대해야 한다.
사들인 임대주택은 주택으로 간주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다주택자인데도 1가구 1주택자로 간주해 본인 거주 주택을 팔 땐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가령 본인 거주 아파트(시세 4억원) 외 월세를 놓고 있는 1억원짜리 다가구 주택(전용면적 60㎡) 2채를 보유한 김씨는 이전에 재산세 54만원을 냈다. 대신 소득세 75만원을 내지 않아 결과적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게 더 이익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소득세를 물게 되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임대주택에 대한 재산세(12만원)를 감면받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더욱이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 활성화를 위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더 늘려줄 방침이어서 임대사업자 등록시장에 큰 장이 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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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전·월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집주인들이 인상된 세금을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권 아파트는 전·월세 비용이 만만찮은데 집주인들이 소득세까지 물게 되면 세금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헌 천지세무법인 세무사는 “집주인으로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세금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만 줄 것이 아니라 임대료 인상 등을 막을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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