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가 회사채 안정화 방안까지 발표했지만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회사채 발행과 유통이 눈에 띄게 줄고 금리가 상승하자 회사채 발행을 미루는 기업도 생겨났다. 게다가 하반기 신용등급 하향이 늘어나리라는 전망까지 나오며 회사채 시장의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회사채 발행은 급감했다. 7월 셋째 주 회사채 발행은 62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850억원의 20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넷째주에는 회사채 발행이 18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443억원에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를 차환하는 금액보다 회사채를 갚는 상환 규모도 더 커져 회사채 시장이 순상환 전환하기도 했다. 아예 빚을 갚아버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발행이 저조하자 유통시장도 얼어붙었다. 회사채 유통시장은 은행, 연기금 등이 회사채를 팔아치우며 2주 연속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CJ E&M과 한국증권금융, LG전자 등은 ‘AA’급 이상 우량 신용등급에도 발행을 연기했으며 KB금융지주는 ‘AAA’급임에도 회사채 발행을 취소했다. 9년 만에 회사채 발행을 고려했던 KCC도 회사채 발행을 포기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이미 상반기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내린 기업은 상향된 기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이 많았던 것은 쌍용건설이나 STX 계열사 등에 대한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한데다 대형 건설사의 해외 손실이 불거진 영향이 컸다.
크레딧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고, 대부분 건설사들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상반기 등급 강등이 잦았던 태양광, 해운 등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주요 업체들의 신용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추가 하향 위험이 있다.
또한 건설사 외에도 대부분 기업이 2분기 이익전망치를 하향하고 있어 이 역시 신용등급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강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이 쉽지 않아 하반기에도 국내외 신용등급 하향 압력은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의 순이익 전망이 점차 하향하고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도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