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65세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도입과 관련해 국민연금과 통합하거나 기초연금 재원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부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간·계층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인수위는 18일 이와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며 부인하기는 했으나 얼마 전부터 여파가 거세다. 인터넷 상에서는 젊은 세대가 노인세대를 부양하는 희생양이 된다는 ‘국민연금 괴담’이 떠도는가 하면 한 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은 한달 만에 6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싸늘한 민심은 확연히 줄어든 임의가입자 수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3년간 한달 평균 3000여명씩 증가하다가 지난 달에는 불과 864명 늘어난 것에 그쳤다. 지역 창구별로 가입 해지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기금 고갈에 대한 두려움이다. 국민연금 재원은 2040년대 초반에 정점을 찍은 뒤 2060년에는 소진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인해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가입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낸 사람이 혜택을 받는’ 사회보험인데 마치 정권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툭하면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권 개입이나 증시 부양 등의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인은 가입자들이다. 당연히 국민연금의 목표는 가입자들에게 높은 수익률로 돌려주는 것이어야지 정권이 공약을 지키려고 가입여부와 무관한 사람들에게 쓰거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기초연금의 재원을) 다른 데서 빼오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입자들의 반발을 사지 않고 국민연금의 틀을 유지하려면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다음 달이면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상태를 점검하는 국민연금 추계가 공개된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 안티파동을 겪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회는 국민연금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을 차단하고 기금고갈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개혁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