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이틀째 혼조세를 보이며 게걸음질을 쳤다. 별다른 재료가 없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대한 관망세가 더욱 짙어진 탓이었다.
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1.54포인트, 0.09% 상승한 1만3047.48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5.79포인트, 0.19% 하락한 3069.27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거래일보다 1.50포인트, 0.11% 낮은 1403.44를 기록했다.
유럽과 미국 제조업 경기가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ECB가 하루 뒤 열리는 회의에서 국채매입 재개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수 하락폭을 다소 제한시켰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무제한 국채 매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시장심리를 개선시켰다.
업종별로는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소재주가 강했고 산업재 관련주는 부진했다. 디즈니가 2% 이상 올랐고, 아멕스는 2% 이상 하락했다.
기술주 가운데서도 페이스북이 웃었지만 노키아는 울었다.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주식을 1년 이상 내다팔지 않기로 약속하고 초기 직원들의 주식을 되사고 있다고 밝히면서 4.80%나 치솟았다. 주가는 18달러선을 회복했다. 반면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전략폰인 ‘루미아 920’을 선보였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16% 가까이 급락했다. MS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역시 새로운 스마트폰을 공개한 모토로라모빌리티의 모회사인 구글도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옐프는 모바일 웹트래픽이 PC보다 크게 높다는 발표에 6% 이상 급등했고 달러 제너럴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 덕에 1% 가까이 올랐다. 반면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며 0.70% 하락했다. 페덱스와 UPS도 실적 둔화 우려감에 각각 1~2%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 ‘부활선언’ 노키아, 윈도8 전략 스마트폰 공개
애플과 삼성전자(005930)의 특허전쟁에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는 윈도폰 진영의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8’을 운영체제(OS)로 하는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이날 핀란드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는 윈도 운영체제를 만드는 MS사와 함께 핀란드 헬싱키와 미국 뉴욕에서 동시에 ‘루미아(Lumia) 920’과 ‘루미아 820’ 공개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번 ‘루미아 920’은 ‘루미아 900’과 같은 하이엔드 제품으로, 루미아 시리즈 가운데 처음으로 퀄컴사의 스냅드래곤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해 웹 서핑 등이 더 빨라졌다. 4.5인치(11센티미터) 스크린에 870만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또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충전이 가능한 무선 충전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제휴사인 버진 애틀란틱과 커피빈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서도 충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세한 손의 진동도 감지할 수 있는 ‘플로팅 렌즈’도 탑재해 사진 화질을 크게 개선했다.
조 할로우 노키아 수석부대표는 “이 제품은 전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스마트폰”이라며 “지금까지 출시된 어떤 스마트폰보다도 어두운 공간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이 선명하게 찍히는 것은 물론 전세계 200개국의 지도를 제공하는 노키아의 맵핑 데이타베이스에도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빌 그로스 “연준 제로금리, 美경제 망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사의 빌 그로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미국 경제를 오히려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그로스 CIO는 월간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해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금리 스프레드(차이)가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투자심리를 해치고 미국 경제의 디레버리징(부채 줄이기) 과정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적으로 낮은 금리는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규제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신중한 태도 등으로 인해 이같은 연결고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은 (대출 마진이 줄어든 탓에) 과도하게 부채가 많은 차입자들에게 대출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과거 비즈니즈 모델 이상을 보상받을 수 없는 낮은 투자수익으로 인해 채권 투자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스 CIO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올해 1500대 이상의 ATM기기를 폐쇄한 것을 예로 들면서 금융기관들이 낮은 투자수익으로 인해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같은 투자 위축이 가뜩이나 둔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리세션(침체기)로 몰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크레딧을 확대해 리스크를 더 지는 것이 은행들에게는 더이상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스템은 정체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연준이나 다른 중앙은행들이 결국 비난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커버그 지분 안판다”..페이스북 주가부양 안간힘
그동안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 하락을 방관하던 페이스북이 비교적 적극적인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다. 주가 하락을 야기하는 매물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페이스북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를 통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도 최소한 1년간은 페이스북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CEO는 일반 보통주 개념인 페이스북 클래스B 주식을 4억4400만주 보유하고 있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경우 6000만주를 더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마크 안드리센과 도널드 그레이엄 페이스북 이사도 “당장은 보유 중인 회사 주식을 팔 계획이 없다”며 저커버그의 행보에 동참했다. 다만 이들은 스톡옵션 부여 등에 따른 세금을 내기 위해 일부 지분은 매각해 현금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페이스북은 회사 초기 창립멤버들이 매각하려던 회사 주식 1억100만주를 되사고 있다고도 밝혔다. 총 19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이같은 방안은 자사주 취득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자금은 기존 현금과 일부 크레딧라인으로부터의 차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지난 6월말 현재 페이스북은 102억달러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BTIG리서치의 리처드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저커버그 CEO가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한 것은 중요한 발표지만, 페이스북 주식의 매도 압력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라며 “이번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매각금지 시한이 만료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11월 중순과 12월, 내년 5월에 각각 추가로 지분매각 금지조치 해제가 이어진다.
◇ “ECB, 무제한 국채매입”..‘슈퍼마리오’ 기대확산
하루 앞으로 다가온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CB가 무제한적인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복수의 ECB 소식통들을 인용,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무제한적인 국채매입을 재개하되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해 매입을 위해 푼 자금을 재차 회수하는 불태화 방식을 사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실시됐던 1차 국채매입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일각에서 알려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도 유로존 국채에 대한 금리 상한선은 별도로 설정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러 자산들보다는 국채에 주로 초점을 맞춰 만기 3년까지의 단기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독일 분데스방크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드라기 총재는 이에 개의치 않고 국채매입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이날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ECB의 국채매입은 아직까지는 확실히 중앙은행 권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독일 정부는 ECB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그동안 반대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회의체인 유로그룹 의장이 ECB 회의에 배석하기로 한 것도 국채매입 재개 등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날 룩셈부르크 정부는 “장-끌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이 오는 6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 배석하기로 했다”며 “융커 의장은 회의에서 유로존의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유로그룹의 분석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