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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버티고 보자"..금융권 희망퇴직 `시들`

이현정 기자I 2012.01.25 09:30:00

수십개월 급여+위로금 등 내걸었지만 기대 크게 못미쳐
인사적체 해소 등 구조조정 불발..금융권 고민 깊어져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25일자 20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S은행에서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이 모(53)씨는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하려다가 결국 포기했다. 앞으로 승진이 어려울 것 같고 업무 스트레스도 심해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두 딸을 생각하니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퇴직금으로 장사를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에 이곳저곳 알아봤지만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자칫하다간 퇴직금마저 날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일단 버텨보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금융권이 고질적인 인사적체 해소 등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호응이 시들해 고민에 빠졌다.
 
올해 경제상황이 워낙 불확실한데다 최근 자영업 경기도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일단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 결과 250여명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600여명이 신청한 지난 2009년 희망퇴직 규모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24개월치 급여와 위로금까지 포함하면 최대 31개월치 급여를 받을 수 있어 당초 노사는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가 최소 300명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마감 전날까지만 해도 100명이 채 안됐는데 그나마 막판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250명 수준으로 늘었다”면서 “이 정도 수준으로는 인사적체 해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13일 임금피크제 대상인 50대 이상 직원 13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 준정년 퇴직`을 실시해 결국 47명이 옷을 벗었다.
 
국민은행도 30개월치 급여와 자녀 학자금 지급 등 매년 실시하는 `준정년 퇴직`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건 만큼 최소 100명 이상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3000명 이상 대거 퇴직한 직후인 만큼 신청이 저조했다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도 4~5월쯤 퇴사직원이 협력업체 등에 입사하면 일정기간 지원금을 주는 `전직(轉職) 지원제`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예전에는 퇴직공고가 나면 `나가서 장사라도 해볼까`라며 고민하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일단 버티고 보자`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보험과 카드사 등 다른 금융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지난해말 부장급 기준으로 약 2억원대의 위로금까지 지급하며 대대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400명 이상을 계획했지만 300여명만 신청했고 삼성카드도 목표인원(150명)의 3분의 2선인 100여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도 작년말 근속연수 15년 이상 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80여명 만이 회사를 떠났다.
 
금융회사들의 희망퇴직은 인사적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은행권의 경우 대부분 일반사원보다 책임자급이 더 많은 기형적인 조직구조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올해 경제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의미도 있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 신청자가 적어 고민”이라며 “희망퇴직 규모를 명시적으로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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