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일반 행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프라이빗뱅커(PB)와 프라이어리티뱅커(PRB) 등 핵심인력들이 대거 명예퇴직을 신청한 반면 정작 알아서 나가주기를 바라는 직원들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PB와 PRB들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알짜고객 관리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이들이 관리하던 전담고객들을 다른 은행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SC제일은행 입장에선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이 지난 5일부터 1주일간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813명이 지원했다. 그 이후에도 신청 인원은 계속 늘어 20일 현재 모두 848명이 명퇴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은행직원의 13%, 정규직으로만 따지면 무려 20%에 달하는 수치다. 정규직 5명중 1명이 명퇴를 신청한 꼴이다. 명퇴 신청자들은 은행의 명퇴 승인 심사를 거쳐 오는 30일자로 은행을 떠날 예정이다.
문제는 경영진이 명퇴를 기대했던 직원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핵심인력으로 꼽히는 직원들이 대거 명퇴를 신청했다는 점이다. 특히 명퇴 신청자 가운데 PB와 PRB가 50명 가까이 포함돼 경영진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PB는 예치금 1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를, PRB는 1개월 수신평잔 5000만원 이상 또는 월급여 800만원 이상의 고객을 관리하는 은행내 핵심직군을 말한다. SC제일은행은 전국에 7개의 PB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 한명당 2명의 전담직원을 배치해 `듀얼케어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PB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제대로 된 PB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통상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이들이 퇴직할 경우 전담고객들이 같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은행 입장에선 타격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SC제일은행 경영진은 명퇴를 신청한 PB, PRB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설득에 나섰으나 이들은 ‘조직에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퇴직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SC제일은행 입장에선 이번 명퇴로 전략적으로 키우던 핵심인재들만 내보낼 위기에 처한 셈이다.
명퇴를 신청한 한 PB는 “최근 파업을 겪으면서 은행과 노조 모두에게 실망했다”며 “증권사를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에서 능력있는 PB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더 이상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PB와 PRB들은 지난 6월말부터 두 달간 진행된 은행권 최장기 파업 막바지 무렵에 전선을 이탈하면서 노조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PB와 PRB들은 당시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담고객들의 불만이 커지자 파업 종료 전 영업현장에 대거 복귀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초부터 증권사들이 종합자산관리서비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은행 PB들을 많이 빼가고 있다”면서 “SC제일은행 입장에선 내년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