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회사원 남 모(33)씨는 최근 본인을 법무부 검사라고 소개한 이로부터 "개인정보가 노출돼 수사 중이니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정보를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당황한 남씨는 신용카드번호 등을 급히 알려줬다. 사기범은 즉시 카드론 1440만원을 신청한 후 다시 남씨에게 전화를 걸어 "범죄자금이 입금됐으니 공범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2개의 계좌로 각각 600만원씩 이체하라"고 요구했다. 남씨는 돈을 송금한 후에야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챘지만 이미 1200만원이란 거금을 날린 뒤였다.
카드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금융당국이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을 통한 카드론 신청시 본인확인 절차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27일 각 카드사에 내달 중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도 주문했다. 카드사들은 전산개발 및 고객 사전공지 등을 거쳐 내달부터 관련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카드사들은 ARS를 통한 카드론 신청시 카드사에 등록된 전화번호로 본인 여부 및 대출의사를 확인하거나, 휴대폰에 발송한 인증번호를 고객이 확인하면 돈을 입금해주기로 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카드론을 신청할 경우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거치도록 하거나, 휴대폰으로 인증번호를 확인토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용카드 명세서에 보이스피싱 피해 주의를 당부하는 문구를 붉은색 굵은 글씨체로 표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주의가 중요하다"며 "현재 전화번호가 카드사에 등록된 전화번호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다를 경우 전화번호를 수정 등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밝힌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말까지 집계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총 182건, 금액으로는 63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들은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는 탓에 계속해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