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는 17일 자정을 기해 서민층이 주로 사용하는 난방유(등유) 공급가격을 리터(ℓ)당 50원 내렸다. (관련기사☞ SK에너지, 서민용 난방유 공급가격 인하)
SK에너지 관계자는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문제 삼고 있지만 휘발유 가격을 내려서는 혜택이 서민층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서민 고통을 분담하고 물가안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서민층이 주로 사용하는 난방유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먼저 난방유 가격 인하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3개월간 약 230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SK에너지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앞장서서 난방유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기름값(SK에너지)과 통신비(SK텔레콤(017670)), 심지어 교복 가격(SK네트웍스(001740))에까지 전방위로 압박을 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무감(?)이 작용한 것.
SK(003600)그룹 관계자는 "심지어 교복에 이르기까지 압박이 전방위로 가해지고 있어 어떠한 조치라도 내놓지 않으면 안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SK텔레콤도 물가안정과 청소년의 스마트폰 요금부담 경감을 위해 청소년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를 출시하기로 했다. SK네트웍스는 스마트 학생복 동복 출고가를 전년보다 낮게 책정했다. 합성섬유 가격이 치솟는 등 원·부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사회적 여론을 반영해 인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처럼 SK그룹이 정부 물가잡기의 주 타깃이 되는 이유는 주력인 통신과 정유가 특혜성, 독점형, 내수용 사업으로 비춰지기 때문. 이들 사업은 과거 정부가 독점으로 운영하다가 민영화하면서 SK그룹이 인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의 이같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외 자원개발 이외에 다른 사업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통신과 에너지 분야는 각국 정부의 규제가 심한데다 초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어서 글로벌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정유와 통신은 모두 초기 투자비가 엄청나고 인프라를 갖추는데 시간이 걸리는 기간산업으로 어느 나라에서나 외형상 독과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최근 정부의 압박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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