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리, 창업 6년만에 `1조원` 잭팟

안근모 기자I 2005.08.06 06:59:52
[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닷컴 역사에 남을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5일 나스닥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중국판 구글` 바이두(Baidu.com)의 로빈 리 회장.

지난 1999년 창업한 바이두의 지분 25.8%를 갖고 있는 올해 서른 일곱살의 리 회장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4.5배로 치솟아 오른데 힘입어 재산 평가액이 무려 10억달러, 우리돈으로 1조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리 회장은 원래 컴퓨터 공학자를 꿈꾸던 백면서생이었다. 중국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뒤 도미, 버팔로 뉴욕주립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던 그가 일본의 전자회사 파나소닉에서 일하면서 비즈니스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학문보다는 산업현장이 낫겠다고 결심한 그는 박사학위 과정을 포기하고 한 정보처리 회사에 들어갔다. 나중에 다우존스에 인수된 이 회사에서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온라인 실시간 뉴스 처리 시스템을 만들면서 인터넷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실리콘 밸리의 `인포식(Infoseek)`에 합류했다. 인포식에서 일하면서 그는 인터넷 거품과 기업공개, 스톡옵션 시스템 등을 알게됐고, "나도 중국에서 이런 사업을 하면 되겠구나"라고 결심하게 됐다.

1999년, 실리콘 밸리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를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바이두(百度)`. 약 900년전에 지어진 송나라의 유명한 시에서 따온 말로, 역경을 무릅쓰고 `백번, 만번, 수도 없이, 영원히` 이상을 찾아 나선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바이두의 검색엔진을 사용하던 포털 업체들은 검색결과의 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값을 깎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2001년 9월, 결국 그는 다시 한 번 중대 결심을 하게 된다. "내가 직접 검색 포털을 만들자."

이제 바이두는 중국 검색시장의 37%를 차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천하의 구글과 야후도 중국 안에서는 바이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이두를 바짝 따라오고 있는 경쟁자이자, 바이두에 500만달러(지분 2.6%)를 투자한 주주이기도 한 구글(Google)을 두고 리 회장은 "co-petition"이라고 칭했다. 경쟁(competition) 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아쉬운 관계라는 뜻이다.

그는 "지금 중국의 인터넷 검색 시장은 삼국시대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경쟁자를 갖고 있다"면서도 "`검색`의 세계에서 돈이 최고의 지위를 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느 검색업체보다도 많은 돈을 갖고 있지만, 넘버 원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화려한 과정에 시련도 있었다. 지난 2002년에는 정부 당국에 의해 일주일간 사이트가 폐쇄되기도 했다. 사회에 해로운 컨텐츠를 찾아 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날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낸 리 회장 앞에 또 하나의 난제가 놓였다. 부풀대로 부푼 주가와 주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책무다.

엔지니어 출신 답게 그는 "주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출 뿐"이라고 입바른 소리를 했지만, 투자자들도 그렇게 생각해 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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