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인 분상제가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회복세와 맞물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에 오용되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 부담을 줄이겠다는 본래 취지에 한계를 드러내면서다.
오히려 공사비 급상승에도 분양가 제한에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는 공사 현장들이 속출하면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공사비는 날로 치솟는 가운데 분양가는 올릴 수 없으니 수도권 내 주택 공급 확대의 주축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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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1일까지 수도권 민간분양 단지 1순위 청약자 66만 691명 가운데 78.4%(51만 8279명)이 분상제 아파트에 1순위 청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른바 ‘로또 청약’이라 불리우며 일부 아파트 단지에 10만명에 이르는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1순위 청약에 9만 3864명이 통장을 꺼내들면서 527.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와 서초구 메이플자이에도 각각 2만 8711명, 3만 5828명이 쏠리며 400대 1을 훌쩍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화성 동탄역 대방엘리움 더 시그니처(1순위 청약자 수 11만 6621명·경쟁률 626.99대 1), 과천 디에트로퍼스티지(10만 3513명·228.51대 1),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2만 8869명·1110.35대 1) 등 수도권 주요 입지 새 아파트에서도 치열한 청약 경쟁이 펼쳐졌다.
분양가 면면을 보면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려는 서민들이 몰려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가령 래미안 원펜타스·레벤투스의 분양가는 공급면적 3.3㎡당 분양가는 각각 6763만·6481만원으로 국민평수(국평·전용 84㎡) 기준 23억원 안팎에 이른다. 인근 아파트 단지 시세가 30억원을 넘나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할 수 있지만 통상 서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분양가도 아니다.
통상 분상제 도입 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이 엄격해 은행 대출이 쉽지 않아 사실상 이들 청약자들은 십수억을 이미 확보한 소위 ‘현금부자’가 상당수를 차지할 것이란 게 업계 평가다. 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 취지에서 벗어나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린 돈 있는 사람들의 투기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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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본래의 취지가 퇴색했을뿐더러 치솟은 공사비에도 분양가가 묶인 지역의 정비사업을 멈춰 세우는 부작용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신반포2차의 경우 현재 전용 92.20·93.71㎡를 소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이후 국평을 분양받으려면 추가로 4억 1000만원 가량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한다. KB부동산 기준 해당 평형의 최근 시세는 33억원으로 조합원은 총 37억원을 내고 국평 새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분상제를 적용한 국평 일반 분양가는 20억원대 중반 수준으로 조합원 입장에선 일반 분양자 대비 10억원 가량 손해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활한 정비사업을 막을 법한 갈등 요소가 도사린 셈이다.
수도권 곳곳에선 날로 늘어나는 공사비 부담에도 분양가가 지나치게 낮아 아예 아파트 공사가 취소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분상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2020년 3월 1㎡당 164만 2000원에서 지난 3월 203만 8000원으로 24.1%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지수 118.06에서 154.85로 30.1% 상승,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서다. 공공택지에 사전청약을 했던 경기 파주운정 3·4블록,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 인천 가정2지구 2블록 등 민간 아파트 단지들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