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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완성은 '지배구조' 개선…부스트업 갈 길은

이용성 기자I 2024.08.26 05:00:00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부스트업
두산밥캣 '합병' 논란으로 힘받아
정쟁 휘말려 자본시장 발전 저해 우려도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야댱의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 카드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위해 부스트업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자칫 증시 부양을 위한 정책이 여야 정쟁으로 번지며 기존의 밸류업 프로그램마저 흐지부지될 것을 걱정하면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의 부스트업 프로젝트가 업계에서 힘을 받고 있다. 처음 민주당이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시장이 보인 반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이 공개한 부스트업 프로젝트는 주요 과제로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이사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확대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거버넌스를 개혁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애초 금융투자업계는 부스트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익을 내야 할 기업이 체질을 갑자기 바꾸는 데 집중하다보면 단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밸류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같은 시각이 바뀐 것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논란의 영향이 컸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한 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업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1조 3000억원을 넘어서는 두산밥캣을 적자기업인 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소액 주주만 손해를 보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두고 업게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 소각이나 배당확대 등의 주주환원 정책이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부스트업과 같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천준범 변호사는 “현행법상 주주제안을 회사가 받아줄 의무는 없고, 예외 사유도 존재하다 보니 일반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회사가 거부하기 쉬운 환경”이라며 “관련 제도를 다듬어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이사회에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밸류업은 환자에게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양약’이라면 부스트업은 환자를 건강한 체질로 바꿔주는 ‘한약’이다. 궁극적으로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체질을 바꾸는 부스트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이나 부스트업 등 증시 부양책이 정쟁에 휘말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부스트업은) 전부 기업들의 반대가 많은 내용이라 그대로 시행된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2025년 3월 주주총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정부의 밸류업 지원세제가 야당 반대로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방법론은 약간 다를지라도 일반주주의 주주권 보호 방향과 가치주, 밸류업 컬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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