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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여성의 욕망, 남성의 목소리에 담아내다

이윤정 기자I 2024.02.26 05:30:00

-심사위원 리뷰
남성창극 '살로메'
갈등 장면에 음악·춤 적절히 배합
'남성창극' 당위성 부족은 아쉬워

[유민희 작곡가] 남성창극 ‘살로메’(2월 2∼4일, 대학로예술극장)는 여러 측면에서 흥미를 자극하는 공연이었다. 여성의 욕망을 극대화한 창극으로 100분간 인상 깊은 무대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기반으로 고선웅이 고쳐 쓰고, 김시화가 연출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1905년 초연)는 여러모로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이어서, 이 작품에 필적할 수 있는 남성창극 ‘살로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렸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돌급 남자 창극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점에서도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살로메 역에는 김준수와 윤제원이 더블 캐스팅됐다. 헤로데 왕은 류태평양, 헤로디아 왕비는 서의철, 세례 요한은 김도완, 나라보스는 정보권, 메나드는 김수인, 나아만은 이정원이 맡아 멋지게 연기하고 노래하며 춤 췄다.

남성창극 ‘살로메’(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품의 비극적 서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살로메는 양아버지 헤롯을 포함한 많은 남자가 욕망하는 매혹적인 여성이다. 의붓아버지인 헤로데도 은밀하게 살로메를 바라보지만, 나라보스는 적극적으로 들이대면서 살로메를 욕망한다. 살로메는 분방하고 탐미적이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여인이다. 살로메는 세례 요한에게 반하여 유혹한다. 세례 요한은 부당한 정치상황을 비판하면서 예수의 등장을 예언하는 강인한 인물이다. 매혹적인 남자 요한은 살로메의 욕망 어린 눈길을 거절하고, 살로메는 욕정과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헤로데 왕이 연회에서 살로메에게 매혹적인 춤을 춰달라고 부탁하자, 살로메는 그 대가로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살로메가 추는 일곱 베일의 춤은 연출가와 안무자의 시각에 따라 지금까지 아름다우면서도 에로틱한 춤으로 관객의 취향을 자극해왔다. 남성창극에서는 신선호 안무가가 살로메에게 하얀드레스에 주름치마를 입혀 이 장면을 꾸렸다. 고혹적인 춤을 춘 다음 살로메는 헤로데 왕을 졸라 세례 요한의 목을 베어 은쟁반에 담아온다. 살로메는 죽은 요한의 입술에 키스하고, 그리고 자신도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남성창극 ‘살로메’(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비극적이고 황홀한 서사를 남성창극으로 끌어나가기 위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창 정은혜, 작곡 김현섭, 음악감독 이아람, 의상 이상봉 등 화려한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악사들이 좋은 연주로 남성창극 ‘살로메’의 빈 부분을 채워주었다. 갈등이 지속하는 장면이 지나가고 노래들이 겹으로 쌓이면서, 음악과 춤이 적절하게 무대를 끌어나갔다.

그럼에도 ‘왜 이 작품이 남성창극이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았다. 창극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여성의 욕망을 남성의 노래를 통해 보여주기에는 과욕으로 느껴졌다. 말초적 흥미유발을 넘어서는 ‘남성창극’의 당위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야기가 판소리와 만났을 때의 에너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노래가 빛나도록 음악을 만들어준 음악감독과 작·편곡의 역할도 눈에 띄었다. ‘살로메’를 작품으로 선택한 연출가의 배포와 안목만으로도 김시화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남성창극 ‘살로메’(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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