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끝내 처리할 기세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관련 법안에 합의한 데 이어 28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역대 최다 인원인 261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최대 11조원이 소요되고 6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지만 지역 표심을 노린 여야 정치권이 최소한의 사업성 평가 없이 한통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달빛철도의 경제성이 낙제점을 크게 밑돈다는 걸 정치권이 모를 리 없다. 2년 전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기준치인 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0.483에 그쳤다. 두 도시 사이에는 88고속도로가 연결돼 있지만 이용률은 다른 고속도로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교통수요 자체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철도를 놓겠다고 한다. 정부가 일반 예타 기간의 절반도 안 되는 ‘신속예타’ 방안까지 제시하며 사전 평가를 제안했지만 그마저 묵살했다. 표만 된다면 나라살림이야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태도다.
국가재정법상 사업비 500억원 이상,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이면 예타를 받아야 하지만 그동안 여야는 경쟁적으로 이를 면제하는 특별법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 때 25조원이었던 예타 면제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 100조원을 훌쩍 넘겼다. 올해만 해도 달빛철도를 포함, 대구경북 신공항, 광주 군공항 이전 등 44조원의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 타당성 조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묻지마식 이런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특히 미래 세대의 몫이다.
재정건전성이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나랏돈을 물쓰듯 하는 포퓰리즘 매표 경쟁은 국가 자해행위나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당의 재정중독을 그렇게 비판해왔던 국민의힘마저 예타 면제에 앞장서는 걸 보면 국가운영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기본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가뜩이나 세수가 덜 걷혀 정작 필요한 곳에 나랏돈을 쓰지 못하는 현실에서 비효율적 사업에 멋대로 돈을 쓰는 정치인들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양심과 상식 있는 의원들이라면 본회의에서 부결표를 던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