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늘 17대 대법원장에 취임한다. 신임 조 대법원장 앞에는 김명수 대법원 6년간 일상화된 재판지연, 법원의 정치화, 인사편중 등 사법 불신을 초래한 각종 폐해를 해결해야 할 책무가 놓여 있다. 이중 가장 화급한 과제는 재판지연이다. 조 대법원장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부의 존재 이유는 신속한 재판”이라면서 재판지연을 막기 위해 법원장들에게 장기미제 사건을 집중 배당하는 방안 등 구체적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의 재판지연은 도를 넘었다. 이 기간 1심에서 1년 넘게 처리되지 못한 재판이 민사와 형사 각각 65%, 68% 급증했고 기소 후 2년 넘게 걸린 재판은 민사 형사 각각 3배, 2배에 달한다. 갑자기 사건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판사 수도 줄지 않았지만 고법 부장 승진제 폐지,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법원장 후보추천제 도입 등으로 ‘일 안 하는 법원’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일선 법원에서는 판사들이 1주일에 3건만 선고한다는 사실상의 담합 행위가 일반화된 상태다.
정치적 사건은 특히 특정 정파를 위해 고의적으로 재판을 질질 끌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의원 재판은 1심 판결까지 각각 3년 9개월, 2년 5개월이 걸렸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도 3년 10개월이 소요됐다. 그 사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의원도 항소심을 고려하면 임기를 채울 공산이 크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의원도 3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면서 임기의 80%를 채웠다. 하나마나 한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기소 1년 3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다.
‘조희대 대법원’은 하루빨리 재판지연의 원인을 해결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법원장 후보추천제는 물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한 사무분담위원회를 당장 폐지하고 판사 증원 등을 적극 검토할 일이다. 사법 정상화라는 소명 앞에 갈 길이 멀다. 헌법이 규정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