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계 근원물가(농산물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나 올랐다. 1~7월 누계 기준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금융위기 때인 2009년(4.2%)보다도 0.3%포인트 높다. 근원물가가 고공행진을 함에 따라 지난달 2.3%까지 낮아진 소비자물가의 재상승 우려 등 물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월별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지난 1월만 해도 근원물가는 5%로 소비자물가(5.2%)보다 낮았다. 그러나 7월에는 근원물가가 3.9%로 소비자물가(2.3%)보다 월등히 높았다. 올 들어 반년 사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포인트나 떨어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하락폭이 1.1%포인트에 그쳤기 때문이다. 근원물가가 낮아지고는 있지만 하락 속도가 소비자물가에 크게 못 미치는 원인은 현재의 물가 하락이 농산물과 석유류에 의해 주도되는 반면 대다수 공산품과 공공 및 개인서비스 물가는 낮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지자체, 개인을 막론하고 한 번 값을 올리면 여건이 바뀌어도 내리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동안 효자 노릇을 해오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도 심상치 않다. 극심한 폭우에 이은 폭염의 영향으로 과일 채소류 등이 큰 피해를 입어 농산물 값이 다시 폭등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마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근원물가는 총지수 중 날씨나 전쟁 등의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농산물 석유류 지수를 빼고 작성하는 물가 지표다. 총지수보다 장기적 추세치를 더 잘 반영하기 때문에 물가를 전망할 때 중시하는 지표다. 소비자물가가 6~7월 두 달째 2%대를 기록했지만 근원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하반기 물가관리 여건이 만만치 않다. 농산물과 석유류 값이 오름세로 돌아서면 소비자물가가 다시 반등할 위험이 다분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근원물가가 안정궤도에 들어설 때까지는 긴축기조를 지속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