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회기 중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문제를 놓고 내홍에 빠졌다.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출범 이후 불체포 특권 포기를 1호 제안으로 내놓았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이 제안 수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찬반이 엇갈려 의원들의 총의에 의한 추인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조응천 이상민 등 찬성 측 의원 31명이 그 다음 날 따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전격 선언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불체포 특권 포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대체로 이재명 대표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체포 특권은 헌법상 권리이므로 함부로 포기할 일이 아니며 이른바 ‘검찰 독재’와 ‘정치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명분이다. 때문에 불체포 특권 포기 문제를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 참석했지만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일찍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 뒤에도 국회 대표 연설 등을 통해 이를 강조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무책임한 처신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런 민주당의 내홍과 분열은 지지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족하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원내 최다 의석을 점유한 정당이다. 제1야당으로서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의무가 있고, 향후 각종 선거에서 대안 정치세력으로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대선 패배를 자초한 구태를 벗고 신뢰를 되찾기 위한 혁신이 선결 과제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의원들의 성추문 사건 등으로 지지도가 연일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스스로 구성한 혁신위의 1호 제안부터 내팽개치고 검찰 독재를 핑계로 내세웠다.
정권의 국회 활동 간섭 방지라는 불체포 특권의 순기능은 우리 정치와 사회의 민주화 진전으로 과거에 비해 미미해졌다. 오히려 의원들의 비리를 덮기 위한 ‘방탄’용으로 전락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곧 재논의를 한다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불체포 특권 포기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외쳐온 혁신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