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의료 기반은 붕괴 직전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1명(한의사 제외)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더욱이 경북(1.39명)·충남(1.53명)·전남(1.75명) 등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2명 미만이다.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도 심각하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은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과목이지만 의사들이 기피하고 있다. 예컨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68.2%였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지난해 27.5%까지 하락했다. 흉부외과도 올해 기준 전공의 확보율이 35%에 그쳤다. 의료현장에선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기피 과목에선 전공의를 구하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논의에 착수한 상태이지만 입장 차가 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전국 의대 총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부터 18년째 동결된 상태다. 오히려 22년 전(2001학년도 3507명)보다 줄었다. 정부가 의약분업에 반대는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정원의 10% 정도를 감축했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주장만 나오면 ‘의사 수는 충분하다’고 반박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심지어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이런 국민 여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 쏠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만큼 의사면허가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개원 후 변호사들의 기득권은 약화됐지만 의사들의 기득권은 아직도 ‘성역’으로 불릴 만큼 공고하다.
근본적 해법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정원을 늘려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필수·지역의료의 인력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의협은 정원 증원 후에도 늘어난 의사들이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소위 ‘워라밸’이 가능한 진료과목으로 몰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공공의대를 설립, 졸업 후 필수진료과목이나 의료 소외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의무 복무토록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이면 2만70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이들이 의사로 제 역할을 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의대 총정원은 보건복지부가 정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의사 수급을 관리하는 이유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나서 이런 권한을 행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