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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사태 아직 안 끝나…2분기 변동성 장세”
2일 이데일리가 국내 10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2023년 증시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센터장들은 올해 한국 증시 주요 변수·키워드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불거진 은행 리스크가 완전히 진정될 수 있을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시장 예측대로 이뤄질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도 재개) 이후 뚜렷한 경제지표 반등이 있을지를 꼽았다.
상당수 센터장들이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선진국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주목한다”며 “이 사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분기에 불거진 글로벌 은행 위기 공포는 SVB 파산,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도이체방크(DB) 위기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이같은 금융 불안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뚜렷하게 나타날지도 변수로 꼽혔다. 다음 달에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25bp 인상)으로 미국의 긴축 정책이 종료되고, 이르면 연내에 금리 인하가 이뤄질지 여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중소형 은행의 뱅크런 위기 수준, 선진국들의 경기 침체 강도에 따라 2분기 한국 증시는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은행권 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4월 코스피 밴드는 2200~2500, 올해 코스피는 2000~2600을 예상한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10명의 센터장 중 가장 낮은 연간 코스피 저점(2000)을 전망했다.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2476.86에 마감했다
특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컸다. 금융권 위기 이후 은행들이 돈줄을 죌 수 있어서다. 올해 소매판매 지표 등을 보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효과가 신통치 않은 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월 중에 코스피가 저점을 통과하겠지만 이후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센터장도 “2분기 한국 증시 최대 변수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실제로 드러날지 여부, 미국의 긴축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정도”라며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상승 사이클 진입”
이와 관련해 센터장들은 시장 변수가 많아진 만큼 투자 전략을 면밀하게 짤 것을 주문했다. 중소형보다는 대형주에 투자해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 많았다. 센터장 10명 중 7명이 반도체를 ‘추천 업종’으로 꼽은 것은 이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오는 7일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주식시장은 통화정책 및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뚜렷한 성장성을 보이는 일부 분야로의 수급 쏠림이 심하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종이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반도체 주가는 단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기방어주로 투자 전략을 짜라는 주문도 나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 강세는 서서히 약해질 것”이라며 “중국 경제지표 등의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음·식료 등의 방어주와 정보기술(IT)주의 투트랙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차전지가 주도주로 계속 가는 것이 한계가 있는 만큼 ‘2차전지 올인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차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신성장 산업이 올해 증시를 대표할 만한 업종이지만, 2차전지는 추격 매수를 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SVB 및 CS 등 은행권 사태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 관리를 1순위로 챙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비추천주는 은행·유틸리티·경기민감주”
무엇보다도 은행, 경기민감주, 유틸리티 투자는 피하라는 제언도 나왔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뚜렷하게 반등하려면 인플레이션이나 은행 위기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은행은 정책 리스크에 다소 노출돼 있어 리스크가 해소되는 모습이 보일 때까지 정체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풀릴지는 내년까지 상황을 봐야 하기 때문에 경기민감주를 추천하지 않는다”며 “경기에 덜 민감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수혜를 입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산주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연우·김지산·오태동 센터장은 유틸리티를 비추천 업종으로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로 예정됐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결정을 잠정 연기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한국전력의 적자는 43조8000억원,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2조원으로 추산된다.
정연우 센터장은 “유틸리티는 올해 적자가 예상되며, 이익 전망도 최하위권”이라며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유틸리티 투자 매력도는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