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은 “법에서 판단한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이런 반인륜적 범죄자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생 그런 사람들은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대통령의 마음이 참담하다”며 “이런 유형의 범죄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여성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의 비판은 그로부터 6일 전인 2009년 9월 24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8세 아동을 납치·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에 대한 판결이었다. 대법원 판결 후 국민적 공분이 일자 이 전 대통령도 이에 발맞춰 입장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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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은 악질적 범죄자다. 과거 강간치상으로 3년을 복역했던 조두순은 2008년 12월 안산시 단원구에서 등교 중이던 8세 여아를 폭행하고 기절시켜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피해아동은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참혹한 부상을 입었고 결국 영구 장애를 갖게 됐다. 조두순은 경찰에 붙잡혀 강간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과 법정에서도 변명으로 일관한 조두순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법원의 느슨한 양형기준에 더해 검찰의 안일한 인식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조두순에게 확정된 형벌은 징역 12년,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공개 5년에 불과했다. 1심 법원이 조두순이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한 결과물이었다.
2009년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으로 할 때 조두순에게 내려진 1심 판결은 당시 양형기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1심 재판부도 조두순에 대한 판결 선고 당시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1심은 “추가 범죄 발생을 막아 이 사회를 보호하고 피고인의 악성을 교화, 개선시키기 위해선 장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애초 법원의 양형기준이 국민 법감정에 크게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양형기준은 만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강간상해의 경우 기본을 징역 6~9년으로 하되, 가중처벌 요소가 있을 경우 징역 7~11년에 처하도록 했다. 현재 양형기준(기본 징역 9~14년, 가중처벌 시 징역 1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과 비교해 약하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이 조두순을 기소하며 13세 미만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한 성폭력특별법이 아닌 형법상 강간상해죄로 법 적용을 잘못한 것이다. 2008년 시행된 성폭력특별법 해당 조항의 경우 ‘무기나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무기나 5년 이상의 징역’인 형법에 비해 형량이 높다.
◇조두순 사건 이후에야 성범죄 처벌 강화 속도
더욱이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정작 1심 판결에 대해선 ‘양형기준을 넘었다’는 이유로 항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두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고 하급심 판결에 대해 뒤늦게 공분이 일었지만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아 2심부턴 형량 상향이 불가능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만 상소한 경우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법원의 원심 판결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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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로 조두순의 최종 형량이 확정되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고, 국회와 정부 등도 빠르게 움직였다.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강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이 제정돼 2010년 시행에 들어갔다. 대법원 양형위도 2010년 13세 미만 강간상해 범죄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양형기준을 높였다. 국회도 2013년 성범죄처벌법 개정을 통해 성범죄에서의 음주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