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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4원 급등한 143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440원을 돌파하면서 이틀만에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달러 강세, 원화 약세)은 수출주에 호재로 작용한다. 환율이 높아질수록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달러로 벌어들인 수익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차익이 생겨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수출주 비중이 높고, 특히 코스피 대형주는 수출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환율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 실적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증시 반등 흐름이 지속됐다”면서 “3분기 수출 증가율 둔화와 최근 코스피 이익조정비율 하락으로 3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2분기와 같이 수출주를 중심으로 환율 효과에 따라 어느 정도 선방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전보다 영업이익 추정치 변동률이 높은 대표적인 종목은 넥센타이어(002350)(89%), 에코프로비엠(247540)(64.1%), 포스코케미칼(003670)(38%), 현대차(005380)(33.8%), 기아(000270)(31.1%) 등으로 수출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대신증권은 최근 휠라홀딩스(081660)에 대해 “국내와 미국 법인 실적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면서도 “환율 상승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육박하는만큼 실적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하면서 고환율이 실적 부진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환율 상승 속도 매우 빨라…3분기 어닝 시즌 우려 커”
하지만 시장에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무조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주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증시 전반으로 놓고 볼 때 외국인 매도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20일 이후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한 달을 놓고 보아도 지난 13일(3969억원)과 19일(1억원) 등 단 2거래일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만 2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미국 긴축 기조 지속에 따른 글로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수출주에는 부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지표가 부진하면서 수출주들의 실적이 좋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수출총액이 늘면 이익이 증가하고 반대로 수출이 부진하면 이익은 빠진다”라고 설명했다.
즉, 3분기 어닝 시즌에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둔화가 가시화하면서 전반적인 기업 실적 자체가 부진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고 그나마 이를 환율 효과로 상쇄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수출주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환율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3개월 전과 비교할 때 21.9% 하향 조정됐다.
3분기 실적 추정치 자체가 워낙 좋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3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53조4000억원보다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달러 강세는 수출 국가 입장에서는 긍정적 변화이지만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면서 “달러 강세 속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자동차, 운송, 음식료 등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