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한 시장에서 만난 리 모 씨는 장을 본 봉지를 들고선 이처럼 말했다. 돈육 판매점 직원은 구매를 망설이는 기자에게 “돼지고기 값이 계속 오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500그램당 45위안(약 8600원)하는 돼지 갈비 부위를 골라 한봉지 담으니 70위안정도가 나왔다. 대형 마트도 아닌 시장에서 산 가격치곤 꽤 비싸게 느껴졌다.
|
중국 내에서는 ‘피그플레이션’(Pigflation·돼지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 7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하며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차오양구에 위치한 한 쇼핑몰의 테슬라 충전소에서 만난 청 모씨는 “기름값이 비싸지니 전기차로 바꾸길 잘했다 싶다”며 “주변에서 요즘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실제 구매하는 지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 충전소는 종종 자리가 없을 정도로 중국에는 전기차를 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 중국의 올해 상반기 신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6.6% 감소했지만 친환경차 판매량은 260만대로 작년 동기보다 120% 증가했다.
중국의 물가는 3% 미만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심각했을 때에도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푼다)’식 정책을 펴지 않겠다며 대규모 돈풀기를 하지 않은 영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중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돼지고기, 휘발유 등 가격이 오르면서 체감 물가는 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작은 물가 변동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
중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 2분기 0%대에 머무는 충격에 물가마저 들썩이면서 올해 연간 목표인 5.5% 달성은 이미 요원해졌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때 만해도 중국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회복했던 전세계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는 지난해 기준 약 25%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실망스러운 중국 경제 데이터가 전 세계적인 불황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16일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장지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도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악화하면서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인민은행의 정책 금리 인하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지만 통화정책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