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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한류는 한중관계 해빙열쇠…MZ세대, 반감 풀어야"

김윤지 기자I 2022.07.15 04:00:00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인터뷰
“한·중 협력, 갈등 넘어 더 큰 가치 창출”
‘이해’ 바탕 민간·비대면 교류 늘려야
“한류 중심 ‘원아시아’ 콘텐츠, 주류 문화로”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탈(脫)중국 전략도 언급되는 요즘, 한중 수교 30주년은 의미가 있다. 30년 전에도 한·중 관계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수교를 맺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리더십을 발휘해 더 큰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은 지난 1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의 의미를 이처럼 되짚었다. 노 원장은 북방 외교를 펼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로, 이전 정부에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2012년 부친의 유업이 될 한·중 수교의 뜻을 기리고, 민간 차원에서 양국의 문화 교류를 위해 센터를 설립했다. 한·중 간 교역은 크게 늘었지만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교류는 아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이는 10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난해 요소수 파동 등 한중 관계는 근래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 원장은 이 같은 갈등을 양국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잇따르는 자연스러운 진통이라고 봤다.

그는 “양국 관계가 단절됐던 30년 전은 더 암울했다”며 “이념과 체제의 차이, 역사적 배경 등을 고려하면 당시 수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떠올렸다. 일상에서의 인간관계처럼 모든 관계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노 원장은 올해 ‘수교 30주년’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물론 ‘신 냉전시대’란 말이 나올 만큼 국제 정세는 어지럽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은 중국을 견제 대상으로 지목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장기화되고 있다. 하지만 노 원장은 한국이 친미와 친중이라는 선택지에서 벗어나 다자협력을 통한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중·일 3국이 동양평화를 함께 달성해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을 호소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같은 맥락이다. 노 원장은 “나라를 빼앗겼던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늘날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다”면서 “한·중·일이 함께 손잡고 자주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 한류, 한중 관계 해법의 열쇠로

노 원장은 한국과 중국이 인문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민간 문화 교류를 통해 범아시아의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자, 유교 등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박애’와 ‘우애’를 공통의 가치관으로 내세운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소모적인 문화 귀속 논쟁도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류는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대표적인 해법이다. 노 원장은 엑소, NCT, 에스파 등이 속한 SM엔터테인먼트를 예로 들었다. 전 세계에서 1주일에 200곡을 수급해 제작되는 음악, 이를 뒷받침하는 미래 지향적인 콘텐츠 제작 기술 등 이렇게 생산된 SM의 문화 콘텐츠는 K팝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 받고 있다. 한류를 ‘돈 벌이’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SM의 사례처럼 문화 융복합을 통해 범아시아 차원의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켜나가자는 의미였다. 그가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와 함께 오는 19일 이데일리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한중우호 포럼’ 대담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노 원장은 “적어도 한 세기 동안 할리우드 영화, 팝송 등 서구 문화 중심이었지만 BTS(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K컬쳐가 주목받지 않나. 한류를 구심점으로 한·중·일이 ‘원 아시아’의 개념으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주류 문화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식 재산권(IP) 보호를 위한 협력 강화, 아시아 중심의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노 원장은 중국과의 문화교류에 “한한령(한류금지령)만 풀리면”이란 생각으로 단순하게 접근하기보다 협력 파트너로 함께 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풀어야 할 숙제 ‘혐중’·‘혐한’

노 원장은 특히 한·중 관계에 있어 양국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양국 젊은 세대들에겐 서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됐다. 한·중 기성세대의 공통 분모인 문화적 동질성이 MZ세대로 가면서 옅어진 데다, MZ세대는 양국의 국력 성장을 직접 체감하면서 성장해 자부심도 상당하다. 확증 편향된 성격을 지닌 뉴미디어 중심 소통은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면 민간 교류까지 막힌 상황이다.

노 원장은 “드라마나 K팝 등을 통해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의 현재를 간접 체험하는 것에 비교하면, 한국 젊은이들은 오늘날의 중국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관심도에서부터 서로 차이가 크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신뢰가 줄어든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이 진정으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교류의 장(場) 마련을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선 메타버스도 선택지였다. 합작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녹여 비대면으로 나마 청년 중심 교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 또한 지도자 중심 교류를 내년부터는 청년층으로 확대하고, 아시아 국가의 문화를 되짚어 보는 ‘아시아 매력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

“한·중·일은 공통점도 많지만, 독특한 독자적 문화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을 총 망라한 ‘원 아시아 컬쳐 맵’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좀 더 확대 발전된 아시아 문화 콘텐츠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은?

△1965년생 △서울대 경영학 학사 △미 스탠퍼스대 정치학 석사 △미 조지타운대 법학 박사 △미국 변호사 △2007년~현재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 상임이사 △2021년~현재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 분과위원장 △2012년~현재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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