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3조 4000억원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교생 약 7만 4000명을 조사해 최근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의 수치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21.0% 늘었고 사교육 참여율은 75.5%로 8.4% 포인트 상승했다. 주당 참여 시간은 6.7시간으로 1.5시간 더 늘었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 7000원으로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비용·참여율·시간 등에서 사교육 비중이 급속히 커졌음을 보여준 결과다.
사교육비 급증은 2년째 계속된 코로나19와 무관치 않다. 각급 학교가 정상 수업 진행에 큰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학습 결손이나 기초 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 심리가 많이 작용해 사교육을 늘린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에도 일리가 있다. 원격 수업이 대면 수업에 비해 학생들의 집중도나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설명 역시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교육비 증가 원인을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교육계의 대표적 고질병으로 꼽혀온 공교육의 질 저하를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보통 학력 이상의 비율이 2017년 이후 꾸준히 줄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2020년 평가(2만1179명)에서 기초 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 국어·수학·영어 등 전 교과에서 늘어났다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추세로 굳어지고 있음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이 뒤따르지 않는 한 코로나 사태 후에도 사교육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의 허리가 더 휘어질 것도 분명하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공교육의 정상화와 신뢰 회복은 늦출 수 없다. 내국세의 20.79%가 따박따박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각 교육청에 쌓이고 있는데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해마다 늘고 공교육이 외면받는 현실은 무얼 말하는가. 교육부와 교육청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바로 교육 개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