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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결정 주체 조정과 함께 지난 2020년 말 상법 개정안에 따라 시행되는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자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추궁을 하지 않는 경우에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대상으로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도 대표소송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국민연금 안팎에선 수탁위가 대표소송 개시를 결정하기에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다른 전문위원회(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와 달리 관계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는 데다가 지금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김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최근 경제단체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문제를 제기하자 국민연금은 대표소송 개시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도입돼 지금도 충분히 개시가 가능함에도 절차를 정비하는 것은 실제 개시가 임박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판단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발간한 ‘2020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 말미에서 “2021년 상반기에는 구체적인 대표소송 제기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2021년 하반기에는 실제로 대표소송을 제기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최근의 절차 정비는 오히려 늦은 셈이다.
재계에선 대표소송의 첫 타깃이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훼손 사건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비공개 서한을 보내면서 “이 가운데 첫 소송전 대상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일상적인 활동일뿐 대표소송과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큰 무리가 없다면 수탁자지침 개정안은 다음 기금위에서 의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관건은 대표소송 개시를 전적으로 결정할 수탁위의 전문성 강화와 실제 대표소송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다음달 말부터 수탁위원장을 맡게 될 신왕건 상근 전문위원(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대표소송은 수탁자책임 활동의 여러 형태 중 하나”라며 “국민연금이 기업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기업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최소한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