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에서도 대통령 후보들은 앞다퉈 디지털을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이 생존의 키워드가 된 탓도 있지만, 디지털 플랫폼이 선거 운동의 핫 플레이스가 된 이유에서다. ‘짧은 영상’이나 ‘SNS’외에도 ‘대체불가능토큰(NFT)’, ‘인공지능(AI)’ 같은 키워드들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신기술들이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에 녹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을까?
|
이재명, 코인 과세 유예외에 ICO 허용은 아직
NFT 발행 계획을 보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게임·메타버스 특보단 출정식까지 하면서 디지털에 신경쓰는 모습이나, 차세대 인터넷(웹3.0)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현재의 페이스북·유튜브 같은 인터넷(웹2.0)은 사용자가 플랫폼을 제어하는 기업에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습이나,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인 블록체인으로 무장한 웹3.0은 거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공유원장을 쓰면서 데이터 위변조까지 막는 블록체인은 NFT의 기반 인프라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의 본질과 다른 문재인 정부의 블록체인 기술(과기정통부)-자산(금융위원회) 분리 정책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는 좀 달라질까? 노웅래, 김병욱, 유동수 의원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조직(가칭 디지털자산감독원)신설을 추진하지만, 코인 과세 유예외에 이 후보가 직접 밝힌 블록체인 공약은 없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ICO(암호화폐공개)도 허용하고, 블록체인 관련 기술특허 관리, 인력양성도 해야 한다”면서 “ICO가 금지되면서 IDO(탈중앙화거래소공개)를 통한 가짜 토큰 문제가 폭증하고 있으니 이제라도 국내에서 프로젝트 투자금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AI 정부 한다는데 구체성은 부족
AI를 미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디지털 공약이 무르익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윤창현, 조명희 등 국민의힘 가상자산TF 의원들은 문 정부의 블록체인·가상자산 정책을 비판하지만, 기술과 금융이 융합된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블록체인을 디지털 정책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로 키울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신경제 정책으로 내세웠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앤드어스 대표이사)은 “대선 후보들이 NFT 발행을 언급하지만 과대 포장돼 있다”면서 “NFT로 기부하면 지급 증권 정도 아니냐. 법적으로 원본 인증이 안된다. 블록체인을 디지털 상위 개념에 두는 블록체인 뉴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AI윤석열 역시 ‘공약위키(위키윤)’에서 사전에 녹화해 제공하는 챗봇 수준에 불과하다. ‘빅브라더 정부가 될까 두렵다’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다. 딥러닝 기반 음성 합성·영상 합성·자연어 처리·음성 인식 등을 융합했다지만, 윤석열 후보와의 씽크로율은 떨어진다. 오히려 AI윤석열을 조작한 영상이 돌아다닌다. 이준석 대표는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우리 후보 발언을 합성, 편집해 왜곡된 이미지 형성을 시도한 사람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가짜 AI윤석열을 만드는게 어렵지 않다는 얘긴데, 지도자 개인이 아닌 데이터의 합리성에 기초한 AI정부로 나가기 위한 정책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AI에 대한 신뢰성 확보 같은 역기능 방지 대책도 미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