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어제 협의를 갖고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세 상한선 및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도 검토키로 했다. 1가구 1주택 고령자의 종부세 한시 납부유예도 검토 대상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일시 유예와 공시지가 재검토 등을 주장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당이 이 후보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이번 합의는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민심 만회를 위한 노림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공시가격 제도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공시가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종부세보다 훨씬 센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공시가격이 68가지 민생제도에 영향을 미친다며 속도 조절을 주장했고, 당은 물론 꿈쩍 않던 정부도 이에 응답한 것이다. 전형적인 표 낚기용 정책 뒤집기다.
정부·여당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 못지않게 기승을 부리는 매표 전략은 갈수록 더해 가는 폭로·비방전이다. 특히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가족 관련 의혹은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내용이 수두룩하다. 이 후보의 장남은 상습 불법 도박 의혹에 이어 성매매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고,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수상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저열한 진흙탕 싸움이 아닐 수 없다.
여론 조사에서 지지를 유보한다는 응답이 계속 늘어나면서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새 지도자를 뽑는 축제가 냉소와 체념으로 가득찬 정치 행사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후보들은 의혹의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국민 앞에 서야 한다. 정부는 매표용 선심성 정책과 세금 퍼붓기를 멈춰야 한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은 아물기 어려운 후유증과 오명을 가득 남기고 끝날 수밖에 없다.